“한국육상 위기 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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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9-18 01:02
입력 2009-09-18 00:00

오동진 육상연맹회장 무사안일·프로그램 부실 등 지적

“고등학생 기록엔 신경쓰지 않아요. 내 또래들과의 경쟁에서만 이기면 되죠.” 최근 한 육상대회 남자 100m에서 고교생이 올 시즌 통틀어 최고 기록을 낸 데 대한 일반부 한 선수의 담담한(?) 고백은 뼈아프다.

17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육상경기 지도력 향상을 위한 종합토론회’에서는 이런 위기감 없는 현실을 꼬집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2011년 대구세계선수권이 ‘남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고사하고, 스포츠의 뿌리인 육상 자체의 미래도 없다는 반성이었다.

토론회는 오동진(61)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과 일선 지도자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1년 대구대회의 경기력 제고를 위한 지도력 향상 방안, 선수와 지도자의 세계화 정신 함양책 등의 주제를 놓고 벌어졌다.

오 회장은 개회사에서 “(지난달 세계선수권이 열린) 베를린에서 선수와 지도자들의 얼굴엔 지고도 분통해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패배주의와 불감증이 우리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1960~70년대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로 한국신기록을 17차례나 세워 ‘봉고도(棒高跳)’라는 별명을 얻었던 홍상표(65) 부산연맹 부회장은 “육상 선수는 신으로부터 받은 재능을 경기 중 모두 연소해야 한다. 과연 그렇게 하느냐.”고 질타했다. 아예 전국체전을 없애고 소년체전에서 메달도 걸어주지 말자는 말까지 곁들여져 분위기는 험악하기까지 했다. 소속 팀 성적에 매달려 메달만 따면 진학과 취업이 보장되는 탓에 기록엔 무관심하게 안주한다는 얘기다.

올 들어 대표팀을 맡은 랜들 헌팅턴(55·미국) 도약 코치는 “세계기록을 낸 선수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한국 지도자들은 아무도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리오 알만도 브라운(53·자메이카) 단거리 코치는 “1980년대 후반까진 자메이카도 한국과 비슷했다. 그런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1~5단계 코칭 프로그램을 다들 이수하면서 달라졌다.”고 권고했다. 외국인 코치들은 한국의 시즌 일정이 육상 선진국들과 달라 혼선만 초래한다며 11월 이후에는 기본 체력훈련을 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선수, 지도자, 연맹이 세 축을 이뤄야 한다. 지도자들도 서로 불신을 지워야 한다.”고 총평했다. 연맹은 18일 세계선수권 준비 점검차 대구를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토론회 내용을 보고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9-09-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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