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엘리베이터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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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8-29 00:24
입력 2009-08-29 00:00

느리고 흔들리고… 넘어지고 부딪치고…

지자체들이 보도육교용 장애인 승강기로 스크루 방식의 수직형 리프트(이하 ‘수직형 리프트’)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에 대한 장애인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다른 엘리베이터보다 관리비 등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수직형 리프트를 선호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이동 속도가 느린 데다 흔들림이 많아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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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관리비 적고 공간 적게 차지”

수직형 리프트는 로프 등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엘리베이터와 달리, 스크루와 너트를 사용해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든 간이식 승강기다. 보통 엘리베이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비가 적게 드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많은 지자체가 선호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보도육교나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중 20% 정도가 수직형 리프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역시 시 전체 보도육교용 엘리베이터 198기 가운데 20%인 40대 정도로 추산되며, 지난달 말에도 지하철 1호선 석수역 보도육교에도 3기가 추가 설치됐다.

서울 금천구 관계자는 “수직형 리프트는 다른 방식의 승강기에 비해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전기료 등 유지·보수비용도 적게 드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수직형 리프트의 속도가 너무 느린 데다, 이동시 흔들림이 커 장애인 탑승 시 넘어지거나 벽에 부딪치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한다. 냉·난방이 되지 않는 데다 고장이 나면 구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는다.

실제 지난 2003년 수원역 보도육교에 수직형 리프트를 설치했던 수원시는 “승강기가 흔들거림이 심해 위험하다.”는 장애인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로프식 엘리베이터로 교체하기도 했다. 석수역 보도육교 역시 수직형 리프트 운행을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안전 관련 민원이 제기돼 구 의회 차원에서 진상조사에 나섰다.

●아직까지 안전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강민 조직국장은 “지자체들을 상대로 더 이상 수직형 리프트를 설치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수원시처럼) 이를 수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면서 “지자체의 편의만을 생각할 뿐 승강기를 직접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수직형 리프트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안전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상당수 지자체들은 안전검사도 없이 무허가로 수직형 리프트를 설치하고 있다.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수직형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치 않다 보니 승강기 검사 기준에 이를 포함시키는 것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장애인용 승강기는 최소 9인승 이상이 설치돼야 하지만, 이를 준수해 설치된 수직형 리프트는 많지 않다. 석수역 보도육교 내 수직형 리프트도 중량 제한이 450㎏에 불과해 70㎏ 성인 기준 6~7명 정도만 탈 수 있다.

장애인 인권운동가인 박종태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는 “지자체들이 왜 장애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전기준조차 없는 제품을 사용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외국의 경우 수직형 리프트는 대부분 화물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장애인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접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9-08-2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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