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화상 남긴 ‘페놀 얼굴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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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8-04 00:40
입력 2009-08-04 00:00
“아기 피부가 된다고 했는데 괴물 얼굴이….”

2006년 1월과 지난해 3월 서울 강남의 T피부과에서 A(40·여)씨와 B(50·여)씨는 2000만원 정도를 주고 피부 박피술을 시술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했다. 얼굴에 화상이 남은 장애인이 된 것이다.

●치료비 5000만원… 얼굴 못되돌려

결혼을 앞둔 A씨는 눈 밑 기미를 말끔히 없앨 수 있다는 케이블TV의 보도를 보고 T피부과를 찾아 갔다. “새로운 시술이라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병원장 P씨의 말에 시술을 받았다. 마취에서 깨어나자 얼굴이 타는 듯 아프고 피고름이 흐르더니 양볼과 이마가 울퉁불퉁해졌다. 2007년 5월에 2차 시술, 같은 해 10월에 3차 시술을 받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직장(무용강사)도 잃고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도 헤어졌다. 지난해 6월 장애 4급 진단(얼굴 60% 화상)까지 받았다. B씨는 골프하다 생긴 기미를 없애려다 ‘지옥’을 경험했다. 화학적 화상(얼굴 80%) 탓에 눈꺼풀이 말려 올라가 눈이 감기지 않는 ‘안검외반증’을 얻게 된 것이다. 실명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에 B씨는 지난 2월 피부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는 “모자와 마스크가 없으면 외출도 못한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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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 케이블TV서 홍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건태 부장검사)는 페놀 성분을 이용한 박피술인 ‘심부피부재생술’로 A, B씨 등 30∼50대 여성 10명에게 부작용을 일으킨 T피부과 전문의 안모(39)씨와 노모(40)씨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T피부과는 지난해 4월 병원장 P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폐업했다. 그러나 노씨는 현재 유명한 O피부과의 병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병원장 P씨는 2002년 페놀 성분이 함유된 박피 약물을 개발해 기미·주름·흉터를 완벽히 제거할 수 있다고 케이블 의학정보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홍보했다. 방송을 보고 찾아온 여성들은 각 1200만∼2000만원을 내고 시술을 받았지만 화학적 화상이나 흉터, 색소 침착 등의 부작용이 남았다. P씨가 박피 약물의 성분을 비밀로 했기에 전문의로 일하던 노씨 등은 정확한 성분을 모르고 수술했다고 주장했다.

●부작용 여성 병원 상대 승소도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약물에 페놀이 들어 있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에서는 피부 박피술을 받고 부작용을 얻은 여성에게 병원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4년 1월 이모(48)씨는 서울 강남의 J피부과에서 박피술을 받고 입술 주변에 돌출형 흉터가 생겼고 보상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는 “시술 전에 (의사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환자 본인이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을 선택했다는 점을 고려해 배상액은 3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9-08-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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