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일괄규제 서민만 피해”
수정 2009-07-02 00:56
입력 2009-07-02 00:00
은행들 “투기수단 이용 주장은 과장된 것” “생활자금 용도 감안 지역별 특성 고려를”
현장 직원들도 비슷한 목소리다. 한 시중은행 강남지역 PB센터장은 “수십억원씩 실탄을 재워둔 선수급 부동산 투자자들도 투자를 꺼리는 판에 숫자상 대출이 늘었다고 이를 모두 가수요로 보는 것은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대출총량제 등 일률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줄인다면 오히려 서민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집값이 오른 곳은 버블세븐 지역 등 일부에 불과한데, 부자동네의 현상만 보고 전체 대출을 줄이면 선의의 피해자만 늘어날 것이란 논리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팀장은 “강남에는 굳이 대출에 기대지 않아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다른 동네에선 주택담보대출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면서 “자칫 부자동네에서 생긴 일부 부작용에 서민들만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걸 채비를 하고 있는 이유는 있다. 최근 대출 신장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월 평균 증가액은 2007년 6월 이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1년 8개월 동안 1조 2574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5월에는 2조 2409억원으로 확대됐다. 자칫 이대로 놔뒀다간 가계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니 선제적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다. 전국의 집값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다. 1일 국민은행의 ‘6월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5월에 비해 평균 0.2% 올랐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현 상황은 집값 급등 우려로 너도나도 대출해 집을 사려고 덤비던 2~3년전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오히려 소득이 줄어든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물가가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물가가 뛴다고 보기도 어렵고 일부지역에서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물가 상승으로 인식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줄자 주택담보대출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융위기가 결국 자산버블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는 큰 틀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수도권 안에서도 주택경기의 편차가 심한 만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성 있는 규제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유영규 최재헌기자 whoami@seoul.co.kr
2009-07-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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