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 확대” 유출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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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6-13 00:44
입력 2009-06-13 00:00
금융권이 12일 하루종일 이메일 파동으로 시끄러웠다. 이메일은 금융당국이 채권은행단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더 늘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살아있는 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내세운 상황에서 직접적인 개입으로 오인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금감원은 이메일 유출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유출 혐의자로 지목된 각 은행들은 모두 다 자기가 아니라고 손사래치기에 바빴다.

금감원은 공식적으로는 등급 조정을 요청한 사실은 있지만 강압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는 한발 빼고 있다. 공개된 이메일도 금융당국이 쓰는 양식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마디로 뒤통수 맞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은행측과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은 데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은행들로서도 결국 이익인데 왜 부정적인 해석으로 언론에 흘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기업들에, 우리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금융당국이 시켜서 하는 것이라고 이름 파는 것 정도는 용인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의 행태는 도저히 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실무를 총괄한 팀은 거의 폭발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는 전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명시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약해지려는 채권은행단의 마음을 다잡아가면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왔는데 이 같은 건(件) 하나로 그런 공(功)이 다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은행들로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메일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전 은행이 우리는 아니라고 펄쩍 뛴다. 유력 혐의자로 꼽혔던 모 은행은 “은행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튀어 보였을 뿐 우리는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력한 구조조정에 대한 의욕 때문에 금융당국이 엄정한 평가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일이 묘하게 꼬였다.”면서 “올 하반기엔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힘들게 됐다.”고 걱정했다.

조태성 최재헌기자 cho1904@seoul.co.kr
2009-06-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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