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터줏대감/김성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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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6-06 00:50
입력 2009-06-06 00:00
동네에 재래시장이 있다. 1㎞쯤 걸쳐 올망졸망 늘어선 점포들. 늦은 시간 틈날 때 기웃기웃 점포들을 훑는 재미가 쏠쏠하다. 10년 넘게 한 동네에 살면서 시장 노마드를 즐긴 덕에 얼굴 익힌 상인이 꽤 된다. 어떤 이는 멀찌감치서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재래시장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불황 탓에 점포를 접고 떠나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 한두 달 만에 주인이며 간판이 홱홱 바뀐다. ‘이웃사촌’의 살가운 정도 예전 같지 않다. 사소한 일에 언성을 높이는 실랑이가 잦다. 살기가 힘든 탓이다.



어제는 벗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일부러 시장 길을 택했다. 예전 같으면 웃고 떠드는 왁자함이 요란했는데. 헛헛한 기분으로 시장을 관통하던 중 멱살잡이가 눈에 든다.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상인과 처음 보는 젊은 상인의 실랑이. 낯익은 상인이 불러세운다. “아! 터줏대감 양반 이리좀 와보소.” 자기 편을 들어달라는 하소연. 날 보고 터줏대감이란다. 오래 살긴 살았나보다. 그런데 어제는 누구 편을 들어야 했을까. 아직도 헷갈린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09-06-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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