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개성공단사태 원칙 갖고 대응해야/김영호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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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23 01:22
입력 2009-05-23 00:00
북한은 지난달 초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 위협, 핵시설 복구, 6자회담 거부 등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들고 나왔다. 지난주 급기야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지 아니면 북한 공갈의 빌미를 제공하는 ‘인질의 온상’이 될지 개성공단사태는 중대한 기로에 직면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사태를 뚜렷한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의 완전 폐쇄도 각오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번에도 북한의 억지 주장을 들어줄 경우 앞으로 계속해서 북한에 질질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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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성신여대 국제정치 교수
김영호 성신여대 국제정치 교수
북한의 요구들은 남북한 사이의 기존 합의 사항을 어긴 것으로서 향후 개성공단 운영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토지사용료의 경우 우리가 공단 기반시설을 닦는 데 모든 경비를 지불한 대가로 2014년까지 유예받기로 한 것이다. 중국 경제특구의 경우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들이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차관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입주하는 외국 기업들은 장기감세 혜택을 받았다. 북한의 경우 낮은 국가신인도뿐만 아니라 개혁의지의 부족으로 인하여 국제사회에서 공단개발비를 조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북한은 한국의 재정 지원 없이는 공단 조성과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번과 같은 북한의 억지 주장이 계속될 경우 현재 진행중인 개성공단 2단계 부지조성 사업은 국민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다. 개성공단문제는 주변국가들이 간여하기 어려운 남북 사이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더욱 뚜렷한 원칙을 갖고 이번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억류된 개성공단 직원 유씨 문제도 개성공단 자체 협상 문제와 결코 분리해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한국인 근로자의 신변 안전 문제는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구금된 유씨의 변호인 접견권마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남북간 합의 사항 위반이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의 접견권을 허용한 것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북한의 사대주의적이고 모순된 행태는 대북 경제협력 및 지원과 관련하여 국민 여론을 매우 악화시키고 있다. 남북한 당국 사이의 합의 사항을 식은 죽 먹듯이 어기는 북한의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물론 북한이 유씨를 석방하고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경우 임금 문제와 관련된 협상에서는 우리 정부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점을 북한에 우선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3통(통행·통신·통관)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입주 기업들의 입장에서 해소하고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사전 교육 등과 같은 조치들을 북한 정부가 취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는 조건 하에서 임금 인상 부분은 입주기업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여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과의 협상 결과 국민 세금으로 기업의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부분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달러가 아니라 원화로 북한에 지급하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대북경협 사업과 대북 지원의 경우 달러로 지급되는 방식에 대해서 국민들은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 달러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경제협력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목적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과거 동서독 경제협력의 경험을 참고하여 이제부터라도 이명박 정부는 달러가 아니라 원화 결제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분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지속되더라도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2009-05-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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