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존엄사 인정] 인간 존엄성·행복권 보장 헌법 10조에 ‘답’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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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22 01:06
입력 2009-05-22 00:00

대법원 ‘생명권 절대 불가침’ 수십년 원칙 깬 근거는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것은 인간에게는 품위 있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생명권은 절대로 침해될 수 없다며 수 십년간 견지했던 대원칙에서 보면 다소 의외의 판결로 보여진다. 하지만 품위 있는 죽음 역시 생명권 못지않게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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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이용훈(가운데) 대법원장이 회생 불가능한 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허용하라는 존엄사 인정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합의문을 읽고 있다. 양창수(왼쪽 첫 번째)·안대희(왼쪽 두 번째)·김능환(왼쪽 세 번째)·이홍훈(왼쪽 네 번째) 대법관은 환자가 사망 과정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1일 이용훈(가운데) 대법원장이 회생 불가능한 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허용하라는 존엄사 인정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합의문을 읽고 있다. 양창수(왼쪽 첫 번째)·안대희(왼쪽 두 번째)·김능환(왼쪽 세 번째)·이홍훈(왼쪽 네 번째) 대법관은 환자가 사망 과정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대법원은 이처럼 절대적 생명권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근거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10조를 들었다. 사망단계에 들어선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헌법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특히 연명치료 중단 의사는 전적으로 환자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따르도록 한 것은 환자 가족이나 주변에서 환자의 뜻과 다르게 존엄사를 남용하는 것을 경계한 대목이다.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김모씨의 가족이 낸 소송에서도 김씨의 분명한 의사 표명이 없었던 상황에서 김씨의 존엄사 의사를 어떻게 추정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일부 대법관이 김씨의 상태가 회복불가능한 사망단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김씨가 현재 시점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바라고 있는지 추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반대이유를 내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은 열렸다.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존엄사에 대한 입법화의 불을 댕기는 계기도 됐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용어클릭]

●안락사 불치병 환자가 겪는 극심한 고통을 타인이 제거해 주거나 경감시킬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생명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아 범죄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존엄사 죽음에 직면한 환자가 품위있는 죽음을 맞도록 하기 위해 연명치료에 불과한 생명 유지장치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극적 안락사’나 ‘수동적 안락사’로 불리기도 한다.

●식물인간 대뇌의 이상으로 인해 의식과 운동기능은 없지만 호흡과 혈액순환, 노폐물 배출 등 최소한의 신체기능은 유지되는 상태. 소리는 내지만 의미있는 말을 못하거나 눈으로 사물을 봐도 인식할 수 없고, 혼자 힘으로 움직이지 못하며 소변을 지리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식물상태’로 본다.

●뇌사 뇌의 기능이 완전히 멈춘 상태를 뜻한다. 뇌가 손상돼 기능을 상실하면 호흡, 혈액순환, 신경반사 등의 신체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다.
2009-05-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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