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것만 가르치는 사회… 마음 움직이는 교육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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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15 01:40
입력 2009-05-15 00:00

사제 유학자가 본 ‘스승의 날’

류승국(왼쪽·86)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명예교수와 최일범(54) 교수는 같은 학과 선·후배 교수이자 30여년을 동고동락해온 사제지간이다. 1974년 이 대학에 입학해 박사 학위를 받고 1989년 교수로 부임할 때까지 최 교수는 류 교수의 품을 떠난 적이 없었다. 노()교수가 길러낸 제자 가운데 72명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이 학부 교수 9명 중 6명이 최 교수처럼 류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백발이 성성한 이들이 스승의 날(15일)을 맞는 감회는 그래서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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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꼿꼿함을 잃지 않는 류 교수는 달라진 사제지간의 세태를 이렇게 꼬집었다. “요즘은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는 세상이다.” 그러면서 “1년 365일 스승을 공경했던 예전과 달리 스승의 날을 정해 놓고 ‘하루만큼은 선생을 존경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각박해진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류 교수는 “그럴수록 가르치는 이들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갈수록 추락하는 교권에 대해서는 “경쟁을 우선시하는 입시위주 교육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선생을 판단할 때 이해득실만을 따져 ‘나에게 뭘 줄 수 있나.’는 식으로 구분해 득이 안 되면 선생을 무시한다.”면서 “이기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가르치는 교육제도에서 제자가 스승을 공경하길 바란다면 나무 아래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모처럼 만나 학교 언덕의 퇴계 인문관 건물에서 못다 한 얘기를 나누다 20여분쯤 걸어내려와 정문 근처에 있는 명륜당을 찾았다. 초여름 햇살 때문인지 건물 마루에 걸터앉은 최 교수의 눈은 이미 30년 전으로 돌아가 있는 듯했다. .

류 교수는 제자들에게 ‘호랑이 교수’로 통했다고 기억한다. 학생들의 논문에서 조금만 논리적 허점이 보여도 몇 번이고 퇴짜를 놨다고 한다. 최 교수는 “류 교수와 면담을 가졌던 학생들은 ‘3~4시간은 기본이다. 진짜 엄하시다.’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고 웃었다.

최 교수는 “류 교수는 남보다 스스로에게 더 엄격하셨던 분”이라며 참 스승의 자세를 되새긴다. 논문 집필에 들어가면 서너 달 동안 책상에 누워 잠든 적이 부지기수였고, 지금도 강의를 하면 4~5시간씩 쉬지 않고 열중할 정도로 스승으로서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제자들이 이견을 말해도 끝까지 경청한 뒤 다시 토론할 정도로 열린 자세를 유지했다.”면서 “내가 교수로 임용된 뒤로는 늘 동료 교수로 존중해 줬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학문적으로 엄하기만했던 스승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존경은 강요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할 때 생기는 것임을 느꼈다.”며 옷깃을 여몄다.



글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2009-05-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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