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100만달러 용처 말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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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14 00:46
입력 2009-05-14 00:00

빚 갚았다 → 자녀 유학비 → 아파트 계약금

‘진화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해명이 법정에서 독이 될까, 약이 될까. 뇌물 사건에서 돈을 건넨 사람과 돈을 받은 사람의 진술이 엇갈릴 때 법원은 누구 진술이 더 일관되느냐의 여부로 유·무죄를 결정한다. 실체적 진실은 하나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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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마다 피고인의 말이 바뀌면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법원은 주로 판단한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진화하는 해명은 법정 공방에서도 득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7년 6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달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은 여러 차례 달라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4월7일 박 전 회장에게서 권영숙 여사가 돈을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갚지 못한 빚이 있어서”라고 했다. 권 여사도 부산지검에서 처음 조사받을 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의 미국 계좌를 추적해 송금 기록을 찾아내자 말이 바뀌기 시작했다. “100만달러를 현금(달러)으로 받아 40만달러는 미국에 있는 아들·딸에게 송금했고 20만~30만달러는 자녀들이 귀국했을 때 줬다. 나머지 30여만달러는 빚 갚는 데 썼다.”고 지난 9일 검찰에 제출한 권 여사의 서면진술서에서 밝힌 것이다.

최근 태광실업 홍콩 현지법인 APC계좌에서 정연씨가 잘 아는 미국 맨해튼의 한인 부동산중개업자를 통해 40만달러를 송금받은 사실이 확인되자 해명이 또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100만달러 가운데 60만달러는 현금(달러)으로, 40만달러는 계좌로 송금하기로 박 전 회장과 사전에 약속해 그렇게 받았다는 주장이다. “박 전 회장이 처음에 40만달러 송금을 감춰서 권 여사도 말씀하지 못한 것”이라고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밝혔다. 1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의 애초 해명인 “갚지 못한 빚”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들·딸의 유학비나 고급아파트 구입비로 받은 것은 인정했다. 자꾸 바뀌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은 법정 공방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법률가는 평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 사건의 전말을 밝혔어야 했는데 이제는 ‘몰랐다.’는 해명으로 근본 뿌리까지 의심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은 모르고 일이고, 권 여사는 자녀들 걱정에 말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면서 “권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로 의심이 풀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9-05-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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