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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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11 01:18
입력 2009-05-11 00:00

경찰서별 실적 공개… 수사비도 차등지급

서울지방경찰청이 수배자의 검거 인원수를 점수로 환산해 일선 경찰서별 실적을 공개하는 ‘새로운 실험’에 나서 그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월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취임한 이후 내부 경쟁을 유도해 기강해이를 바로잡고 민생범죄도 소탕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검거 실적에만 치중할 경우 고의적으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누락하는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인들의 생활과 밀접한 민생치안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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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축소·누락 등 부작용 우려


서울경찰청은 10일 산하 31개 경찰서의 검거 실적을 점수로 매겨 일선 경찰서에 공개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추진하는 민생범죄 소탕 60일 계획에 따라 월간 평가를 토대로 실적 하위 5개 경찰서의 범죄수사비를 10~20% 삭감해 우수 5개 경찰서에 지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별 평가는 해왔지만 실적을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가 입수한 경찰 내부문건인 ‘민생침해범죄 소탕 60일 계획’ 4월 성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영등포서가 총점 84.42점으로 1위에 올랐다. 구로서(82.57점), 동대문서(82.02점), 송파서(81.23점), 혜화서(79.76점)가 뒤를 이었다.

반면 남대문서는 66.19점으로 최하위였고 은평서(69.18점), 관악서(72.01점), 중부서(72.02), 방배서(73.05)가 하위권에 머물렀다. 배점 비중은 ▲강·절도 등 5대 범죄가 42%로 가장 높고 ▲불법 사금융·전화금융 사기 14% ▲조폭·인터넷 도박 12% ▲마약 6% 순이다. 점수는 검거 인원 수와 각 분야별 배점 비중을 고려해 산정됐다. <표 참조>

이같은 방침에 대해 서울경찰청 측은 제도를 도입한 뒤 실적이 높아졌다며 고무된 분위기지만 일선 경찰서에선 수치 중심의 실적평가를 둘러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경찰의 대민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바꿔 주민 만족도나 신뢰도 등이 주요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순찰을 돌아야 할 시간에 수배자 조회기능에 접속해 사건 접수된 이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몇 시간씩 입력한다.”고 하소연했다. 강력계에 근무하는 경찰관 B씨는 “올 들어 사건을 격하(접수사건을 고의로 축소한 뒤 보고하거나 누락)처리하거나 뭉개기(강력범죄 회피를 뜻하는 경찰 은어)한 적이 몇 차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강력사건은 뭉개고 단기간에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사건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민생침해사범 검거 58% 늘어

하지만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4월 한 달 동안 민생침해사범 6438명을 검거했다. 전월 대비 58.3% 증가한 수치”라고 소개했다. 강·절도 등 5대 범죄 검거 인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5% 늘었다고 한다. 이 간부는 “경찰도 직업인이다. 평가는 당연하다.”면서 “일 안 하는 사람들이 평가를 싫어할 뿐” 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09-05-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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