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현 검찰 수사 정치적 고려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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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02 00:52
입력 2009-05-02 00:00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제 사법처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전직 대통령을 구치소에 수감한다는 것은 유·무죄의 확정 못지않게 우리 헌정사의 불행이고,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는 것이나, 구속 여부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 각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당연한 진통이라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는 쪽은 그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혐의를 입증할 정황증거는 충분하며, 불구속 기소하면 그가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더이상의 권력비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엄히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구속을 반대하는 쪽은 구속이 국격(國格)을 해칠뿐더러 노 전 대통령이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과 부수적인 정황증거만으로 구속하는 것은 사법권 남용이라고도 주장한다. 양측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공방의 이면에는 정치적 득실 계산도 담겨 있는 듯하다. 특히 일부 보수진영이 앞장서서 불구속을 주장하는 데는 노 전 대통령 구속이 몰고올 사회적 역풍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여권 주변인물에 대한 검찰 수사의 예봉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사안이 중할수록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오로지 혐의내용과 법리만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혐의 입증을 자신한다면 추상같은 단죄 의지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 반대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불구속 기소해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선택이든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기대한다.
2009-05-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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