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産 쇠고기 재개방 ‘포문’
수정 2009-04-11 00:00
입력 2009-04-11 00:00
캐나다는 2003년 자국에서 광우병(BSE)이 발병한 이후 우리나라에 수출을 하지 못했지만 2007년 국제수역사무국(OIE)로부터 광우병 통제국으로 인정받으면서 우리나라에 수입 재개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캐나다의 WTO 제소에 맞서 우리 정부는 최대한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마냥 빗장을 걸어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터라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9일 WTO에 캐나다산 쇠고기의 한국 시장 접근 문제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측은 10일 “한국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언제 해제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어 WTO의 분쟁해결 협의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정부가 요청한 ‘협의’ 단계는 WTO 분쟁해소 절차 중 1단계다. 당사자들은 요청이 접수된 날로부터 30일 안에 협의를 시작하고, 60일 동안 이견을 조정하게 된다. 협의 단계에서 합의에 실패하면 2단계로 회원국들로 구성된 패널의 평가를 받는다. 패널보고서에 불복할 경우 3단계로 상소절차가 이뤄진다. 이 모든 단계는 일반적으로 2년 정도 소요된다.
캐나다산 쇠고기는 2003년 수입금지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국내 수입쇠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캐나다는 2007년 5월 미국과 함께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등급을 받은 뒤 쇠고기시장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재발하면서 현지 역학조사가 실시됐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문기구인 가축방역협의회는 지난달 말 역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캐나다의 광우병 발생 상황 등을 고려, 향후 캐나다와의 기술협의 때 신중히 검토해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국민 건강 위해 강경 대응해야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캐나다가 (쇠고기) 협상 기간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대한 당당하게 대응하고, 캐나다와 양자 협상이 가능하면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장관은 “그동안 (WTO에) 제소된 사건들을 보면 국제 관계에선 과학적·합리적인 측면만 보기 때문에 소비자와 국민 정서는 감안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OIE로부터 광우병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았고, 똑같은 광우병 통제국인 미국 쇠고기는 수입하고 있어 캐나다 쇠고기를 거부할 명분이 적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예산까지 써 가면서 ‘OIE 통제국인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언론 광고까지 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WTO에 가면 거의 지는 만큼 우선 개방한 뒤 국민을 설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미국과 캐나다는 성장호르몬 문제 때문에 EU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다가 WTO에서 패소했지만 부담금을 물면서까지 문호를 열지 않고 있다.”면서 “농식품부 장관이 미리 ‘제소당하면 우리가 불리하다.’고 발언하는 것은 국민 건강은 물론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캐나다에 종속돼 있는 게 아닌 만큼 캐나다산 목재나 농산물 등에서 무역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타협을 찾는 등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9-04-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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