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떠난 지 17년… 탈고 안된 마지막회를 완성하다
수정 2009-04-10 00:00
입력 2009-04-10 00:00
【별이 차가운 밤이면】
그때 그 소설가는 떠났고, 그때 그 비평가는 그의 유작을 엮어 냈다. 그가 끝내 결말을 못 보고 간 소설 ‘별이 차가운 밤이면’(김윤식·김종회 엮음, 문학의 숲 펴냄)이 그가 떠난 지 17년 만에 나왔다. 문학계간지 ‘민족과 문학’ 1989년 겨울부터 1992년 봄, 그가 작고하기 전까지 연재한 걸 묶은 것이다.
기껏 묶어 놓고도 그 비평가는 좋은 소리를 안 한다. “그 사람이 한국문학에다 큰 획을 긋고 그런 건 아니야. 학병 다녀와서 글 쓴 소설가가 없으니까 관심을 두는 거지.”라고만 한다. ‘별이~’을 두고는 ‘관부연락선’, ‘지리산’에 이은 ‘학병체험 3부작’의 마지막 소설로, 학병에 자원입대해 탈출을 꿈도 꾸지 않은 이병주의 노예사상이 담긴 소설이라고도 비평했다.
전작들도 모두 학병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노비 출신의 학병 이야기다. 종의 자식인 주인공 박달세가 신분상승을 위해 도쿄대에 들어갔다가 학병에 지원, 일본군 정보부 장교 행세를 하며 상하이 정보전에 몸을 던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민족의식 없이 방황하던 박달세가 해방을 앞두고 처신을 고민하는 곳에서 책은 끝난다.
작가는 마지막 한 회 연재를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났다. 소설의 끝이야 이제 알 방도가 없다. 하지만 떠난 작가의 흔적을 찾아 그가 학병으로 근무했던 중국 쑤저우와 상하이까지 다녀온 비평가는 박달세가 ‘어쨌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조심스럽게 결말을 제시해 본다. “박달세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만 결국에는 계층을 뛰어넘고 임시정부 편에 설 겁니다.”라고.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09-04-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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