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공유와 연대만이 폭력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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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10 01:28
입력 2009-04-10 00:00

【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

존 레넌은 ‘이매진’에서 누굴 죽이거나 죽을 이유가 없는 세상을, 모든 사람이 평화스럽게 사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고 권한다. 노력만 하면 쉬운 일이라고도 귀띔한다. 이 노래는 40년 가까이 국적, 인종, 종교,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음미하는 불후의 명곡이 됐지만 사람들의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지, 노력하지 않았던 탓인지 여전히 크고 작은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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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과 공습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어린이들의 모습.
내전과 공습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어린이들의 모습.
일본 정치학자이자 릿쿄대학 법학부 교수인 다케나카 치하루는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갈라파고스 펴냄)를 통해 다시 상상해 보라고 권한다. 그는 일본 지식인 사회의 대표적인 반전주의자이자 평화운동가다.

그는 먼저 양극화를 이야기한다. 오늘날 세계는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와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로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사회 내에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갈등 양상도 넓은 범위의 전쟁이다. 양쪽의 충돌이 빚은 전쟁은 무관심과 망각에 의해 심화된다. 악의 축이 돼버린 이슬람 세계는 새뮤얼 헌팅턴이 이론적 편견을 제공하고 미국 등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변절을 거듭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 뿐이다.

관심은 어떻게 전쟁 또는 폭력을 다스릴 수 있는가에 쏠린다.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강한 폭력을 써서 폭력을 없애는 방법이다. 미국이 자주 써먹는다. 단기간 효율성이 있을 수 있지만 저자는 “연쇄적인 폭력의 고리를 만드는 등 독으로 독을 제압하려다 대량의 독을 유포시킬 위험이 있다.”고 선을 긋는다.

두 번째로 최소한의 폭력으로 폭력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직접적인 무력 충돌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고 평화를 강제하는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을 떠올리면 되겠다. 이 방법도 외려 현지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모두 강한 자만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비폭력의 힘을 이용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그는 “이상주의자의 허황된 생각일 뿐이라며 무시당할지 모른다.”면서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혁신시켜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를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로 바꿀 희망을 포기 하지 않았다.”며 마하트마 간디가 펼친 비폭력 운동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인간 사회가 자멸할 수 있는데 왜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왜 폭력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힘이 폭력을 통제하려는 힘보다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힘을 강화하면 보다 사이 좋게 세계를 만들 수 있다.

고통의 공유와 연대가 핵심이자 열쇠다. 이같은 일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정치가나 전문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선택으로 책임져야 하며 우리 스스로에게 평화의 비전을 만드는 힘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간디의 손자 라지모한의 글이 인용된다. “지금만큼 비폭력의 가치를 절실히 느낀 적이 없다. 빈부, 종교, 민족 등의 이유로 서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대화와 화해라는 다리를 놓자.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뉴욕의 어린이와 전쟁으로 발을 잃은 아프가니스탄 어린이가 서로 마음이 통하느냐 여부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 1만 1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9-04-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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