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자금수수 파장] ‘꼬리무는 추문’에 떠는 여권
옛 여권의 수사가 ‘박연차 리스트’라면, 현 여권의 수사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이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다. 추 전 비서관은 지난해 9월 박 회장에게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됐다. 이후 구명 로비 수사는 답보상태다.
그러나 현 정권 창업공신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최근 추 전 비서관이 박연차 구명을 위해 찾아왔었다고 밝혀 구명 로비가 실제 있었음이 드러났다. 추 전 비서관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박 회장을 부탁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세무조사가 이 의원의 지시로 시작됐다고 보고 이 의원과 접촉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명 로비에 거론된 여권 실세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 비서관에게 건넨 돈의 액수가 ‘고작’ 2억원이라는 것도 의문이다. 전별금으로 억대의 현금을 찔러주고, 일면식도 없는 지역 정치인에게 10억원을 선뜻 전달한 ‘통 큰’ 박 회장이 명운이 걸려 있는 구명 로비에 2억원만 썼다는 데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2억원은 추 전 비서관의 활동비에 불과하고 거액의 로비 자금이 추 전 비서관을 통해 ‘제3자’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거론된 여권 실세는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현 정권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63) 변호사, 추 전 비서관이 구속되기 직전 미국으로 출국한 한상률(56) 전 국세청장 등이다.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도 검찰은 이들을 조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칼날이 무뎌지면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감내하며 떠밀리듯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12년 전 정태수 한보 회장의 정·관계 로비를 수사할 때 대검 중수부는 ‘꼬리 자르기 수사’를 시도하다 수사팀 교체와 재수사라는 굴욕을 당했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