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뭘 남겼나] “세계경제 구하자” 1조달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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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04 00:00
입력 2009-04-04 00:00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일(현지시간) 새 국제금융질서 구축을 위한 성명서에 합의한 뒤 막을 내렸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G20 정상회의를 끝낸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제 국제협력의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면서 새 경제질서의 도래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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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경기부양 5조달러 투입

각국 정상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을 2500억달러(약 335조원)에서 7500억달러로 늘리고 IMF 특별인출권(SDR)을 2500억달러 증액하기로 했다. 또 2500억달러의 무역금융을 추가로 조성, 참가국들이 1조달러를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 다자개발은행 대출규모를 1000억달러 확대해 모두 1조 1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각국은 개별적으로 재정확대 등을 통해 19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010년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5조달러를 푼다. 또 보호주의 배격 등의 내용도 포함됐으며 금융시장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안정화포럼(FSF)을 금융안정화이사회(FSB)로 확대·개편하는 데 합의했다. 회의에 비관적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성과가 나왔다.”고 환영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G20은 오는 9~10월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의를 개최, 합의된 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범세계적, 다극적 경제질서 ‘초석’

이번 정상회담은 새로운 경제질서 재편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다. 보다 범세계적이고 다극적인 경제질서의 기반 구축이 가능했던 까닭이다. 20세기 두 번의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세계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하며 위기와 맞섰다. 1920년대 세계 대공황 당시에는 정부의 경기부양과 재정지출을 강조하는 케인스식 경제질서가 대안이 됐다. 시장 만능주의를 탈피하고 정부의 규제를 강조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1970년 오일 쇼크로 대표되는 경제위기가 닥치자 ‘신자유주의’란 이름의 정부 역할을 제한하는 ‘탈규제’ 경제질서로 탈바꿈했고 이 질서는 주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세계는 다시금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각국은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경기부양책과 금융규제를 통해 정부의 입지를 강화시켰지만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개별 국가의 노력에는 한계가 컸다. 현 금융질서를 규정하는 영·미 중심의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도 커졌다. ‘얽히고 설킨’ 국제경제를 극복할 ‘범세계적’이고 반(反)영·미 중심의 ‘다극(多極)적’ 경제질서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G20은 바로 이런 새로운 경제질서를 구축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각국 정상들은 FSF를 FSB로 확대개편하고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범세계적 규제안을 만들었고 역사상 처음으로 헤지펀드를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개별 국가가 아닌 세계가 금융규제를 감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구체적 사례들이다. 특히 국제금융기구의 권한을 확대하고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확대시킨 것은 다극적 경제질서의 초석이 됐다.

●기축통화 논의 배제

새 경제질서의 초석을 닦았다고는 하지만 새 패러다임 구축의 핵심사안인 기축통화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의 반대가 거세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국제사회가 기축통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중국의 ‘떠보기 작전’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다. 회의 전 러시아와 호주, 브라질의 지지도 이끌어 냈다. AP통신은 “중국이 기축통화 논의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주목을 끄는 데에는 확실히 뜻한 바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04-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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