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조직 축소] 인권위 왜 반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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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3-31 01:10
입력 2009-03-31 00:00
인권위가 30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조직 감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가처분 소송까지 불사하며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인권위 측은 정부의 감축안이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있는 데다 감축안의 내용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인권위의 이같은 입장은 차관회의에서 조직 감축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지난 27일 안경환 위원장이 밝힌 언급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우리는 조직개편을 절대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절차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논의할 자세가 돼 있다. 지금까지 어떤 행정조직 개편에서도 해당 부처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편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특히 독립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대상으로 이런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

●“외부 전문평가는 고려 안해”

인권위는 조직감축 과정에서 행정안전부가 일방통행을 했다는 부분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지난해 12월10일 행안부는 인권위에 조직과 인력을 감축하는 1차 조직개편안을 제시했다. 전체 인원의 50%를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최경숙 상임위원은 “인권위가 외부의 조직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조사해 행안부에 전달한 내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개편안”이라면서 “그것도 공식적인 경로가 아닌 실무자간의 전언 수준이었고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후 행안부는 62명(30%) 감축을 뼈대로 하는 2차 개편안을 비공식 경로로 알려왔고 지난 20일에는 44명(21.2%)을 감축한 최종안을 공식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행안부측은 “자체적인 조직진단 결과가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인권단체연석회의 명숙 위원은 “불과 두달 남짓한 사이에 50%→30%→20%로 급변할 수 있는 원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인수위 시절부터 인권위를 축소하려고 했던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진청과 단순비교는 억지”

인권위가 이번 감축 논란에서 독립성을 강조하는 배경도 중요하다. 인권위는 입법, 행정, 사법 등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이라 ‘정부 차원의 조직개편’의 대상이 되는 행정 부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인권위는 지난 8년간 조사한 진정사건의 80% 이상이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라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최경숙 상임위원은 “정부에 의해 피해를 받은 사람을 조사하는데 정부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 객관성이 보장될 수 있겠느냐.”면서 “조직 논리에 따라 휘두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인권위 설립 당시부터 고려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행안부안의 근거로 알려진 정부조직 개편 기준이 인권위에 적용되는 것이 적합한지도 쟁점이다. 행안부 담당 과장은 “농촌진흥청의 경우 연 교육인원이 인권위의 2.5배, 교육일수가 10배에 이르지만 인권위보다 소규모로 운영된다.”면서 “타 부처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 핵심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인권위 업무는 점차 늘어가는 추세인 만큼 농진청과는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가만히 있어도 줄을 서서 찾아와서 배우려고 하는 곳과 신고를 받거나 찾아나서야 하는 인권 교육을 동등한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09-03-3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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