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고용보호주의를 경계한다/우득정 논설위원
수정 2009-03-24 00:50
입력 2009-03-24 00:00
우리나라에는 제조업 21만명, 서비스업 13만명, 건설업 9만명 등 모두 70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체류하고 있다. 취업·방문·산업연수생·고용허가제 등 합법적인 체류자 외에 불법 체류자도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매월 3만 2000가구의 표본조사를 통해 고용동향을 집계하지만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상당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경제활동 통계에서 빠져 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떤 업종에서 내국인들과 경쟁관계에 있는지, 쿼터 축소로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무런 판단자료 없이 정서에 편승해 정책결정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11년 전 외환위기 때에도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면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신청 실적이 미미해 얼마 후 폐지됐다. ‘3D’ 업종에서 왜 외국인 근로자를 선호하는지 이유를 따져 보지도 않은 채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아이디어를 낸 까닭이다. 경기도 안산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밀집한 지역의 사업장들은 작업장 환경개선 비용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해 주겠다는데도 기피한다.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에서 최소한의 규제마저 꺼릴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장은 아무리 일손이 부족해도 내국인 근로자들이 가지 않는다. 일자리 이전의 연계성이 단절된 셈이다. 사업장의 업주들이 고용허가 쿼터 축소에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산업연수생제도 도입과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공식-비공식, 정규직-비정규직, 괜찮은 일자리-저급한 일자리 등 이중구조로 고착화됐다. 시장의 수급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공식 창구에만 규제를 가하는 평면적인 정책을 채택하면 노동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자칫하다가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불법체류자만 양산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어떤 형태의 보호주의와도 맞서 싸우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무역보호주의는 배격하지만 고용 장벽은 용인해야 한다는 식으로 고용보호주의에 편승한다면 G20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보내온 동남아 국가들의 반한(反韓) 정서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우리가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저지하려면 우리 역시 저개발국가들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진정 ‘글로벌 딜’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9-03-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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