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번호이동 입장차 여전… 통신전쟁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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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3-20 00:40
입력 2009-03-20 00:00
“합병 인가 결정문이 아니라 정치권의 합의서 같은 느낌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두 달 가까이 고심한 끝에 지난 18일 내놓은 KT·KTF 합병 인가 의결문을 접한 업계의 반응이다. 방통위는 두 회사의 합병을 놓고 첨예하 대립해온 통신회사들에 적당한 고통과 적당한 약을 줬다. 합병을 인가함으로써 유·무선 융합, 통신·방송 융합이라는 정부 정책을 견인할 동기를 마련했고, 인가조건을 가급적 애매하게 정해 ‘뜨거운 감자’를 다시 시장으로 던져 놓았다.

방통위가 내건 인가 조건의 핵심은 ▲전주, 관로 등 설비 제공제도의 효율성 제고 ▲시내전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절차 개선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하라는 내용은 담지 않은 채 KT에 개선안을 각각 90일과 60일 내에 제출하라고 했다. KT는 가급적 현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경쟁사들은 전면 개선을 요구할 게 뻔하다. 통신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든 셈이다.

전주와 관로는 SK텔레콤이 사활을 걸었던 문제다. 무선시장을 평정한 SKT가 SK브로드밴드를 앞세워 유선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KT의 전주와 관로를 편하게 얻어 써야 한다. SKT는 이참에 필수설비를 아예 KT 조직에서 떼에 낼 속셈이고 KT는 무단사용 문제를 먼저 부각시킬 작정이다.

유선전화 번호이동 절차 개선은 LG의 통신계열에 유리한 조건이다. 인터넷전화 1위를 달리는 LG데이콤은 그동안 KT의 집전화 시장을 야금야금 공략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번호이동이 30분 만에 이뤄지는 것과 달리 유선전화 번호이동은 1주일이 넘게 걸렸다.

물론 승자는 KT다. 계륵과도 같았던 ‘와이브로 투자 확대’ 조건이 빠져 홀가분하게 합병 작업을 마칠 수 있게 됐다. 만일 방통위가 시장성이 별로 없는 와이브로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면 KT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합병이 힘들어졌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9-03-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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