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소년범죄… 기는 교화정책
수정 2009-03-02 00:12
입력 2009-03-02 00:00
서울의 경우 지난해 서울가정법원 판사 2명이 8000건의 소년보호사건을 처리했다. 올해는 다행히 판사 1명이 늘었다. 이들은 소년사건에만 집중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방에서는 판사 1명이 이혼 등 다른 가사사건과 함께 소년사건을 맡는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법정에 아이들 수십명을 세워 놓고 이름만 확인하고 몇 호 처분인지 불러주기 일쑤다. 아이와 그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사들은 고백한다.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전문조사관, 보호전문가,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년사건을 처리하지만, 지방에서는 이마저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법원 예산이 부족해 지방까지 지원금을 내려보내지 못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소년범의 75%가 이처럼 열악한 지방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소년사건을 맡은 지방의 한 판사는 “처음 범죄를 저질렀을 때 국가가 최대한 빨리 개입해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며 정부의 인력 및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보호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법원은 재범 가능성이 있거나 부모가 가정문제로 자녀를 돌보기 어려울 때 아동복지시설이나 소년보호시설 등 수탁기관이 소년범을 보호하도록 한다(6호 처분). 처벌의 의미가 짙은 소년원과 달리 수탁기관은 교육과 상담을 목적으로 한다. 법무부가 아니라 종교단체와 사회복지법인이 시설을 운영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나 전국 법원이 위탁계약을 맺은 시설은 35곳뿐이다. 총정원은 470명밖에 안 된다. 수탁기관의 정원이 꽉차면 법원은 6호 처분이 필요한 소년범에게 다른 처분을 내려야 한다. 수탁기관의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 길거리에 내버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이기주의’도 소년범 재교육을 어렵게 한다. 지난해 지방의 한 판사는 그 지역에 있는 소년보호시설이 열악해 소년범을 다른 지역의 시설로 감호·위탁하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해당 지자체가 관내 시설에 수용되는 소년범에 대해서는 예산을 지원하겠지만 관외로 보낼 경우 관련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판사는 “법원과 지자체 간 견해 차이는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면서 “더 좋은 기관이 있는데도 아이들을 보내지 못하니 답답하다.”고 한숨 지었다.
결국 재범률은 심각할 정도로 높은 상태다. 처음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절한 교육으로 바로잡지 못하고 아이들을 방치한 탓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6호 처분(아동복지시설이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위탁)을 받고 전국 7개 소년보호시설에서 보호받았던 77명 가운데 63%인 49명이 다시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아이들이 소년원이나 보호시설을 들락거리며 새로운 범죄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며 “소년범 관리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09-03-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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