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소비분위기를 띄워라/우득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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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2-24 00:04
입력 2009-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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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늦출 수 있으면 늦추고, 안 할 수 있으면 하지 마라.’ 지난해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린 국내 대표기업의 내부 분위기다. 투자 계획에 얽매이지 말라는 얘기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금리 불문하고 현금 확보에 혈안이다. ‘치킨게임’이다. 경제한파에 누가 오래 버티느냐는 ‘생존게임’인 것이다. 금고에 쌓아둔 100조원을 풀라는 여당 대표의 호소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가계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아끼고 안 쓰는 게 이 시대를 사는 주부의 지혜다.

하지만 과도한 소비 위축은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과잉 소비 못지않은 후유증을 초래한다. 소비 위축이 투자 및 고용 감소, 불황 가속화라는 악순환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빗대어 지나친 소비 위축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1990년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소득과 자산가격이 하락하자 일제히 ‘절약모드’로 돌입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은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기나긴 불황 터널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또다시 ‘잃어버린 10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관행화된 내수 부진이 수출 환경 악화라는 대외 돌발변수에 완충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수출이라는 외끌이로 지탱해온 한국경제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이 호전될 때까지 내수 진작으로 연명해야 한다. 그러자면 구조조정, 임금 삭감, 일자리 나누기 등 내핍 위주로 일관하고 있는 경제정책 방향에 손질이 가해져야 한다고 본다. 정책이 기업이나 가계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선 안 된다는 뜻이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의 충격파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나 소득분위별로 보면 최하위를 제외한 나머지 계층은 아직도 금융자산이 부채를 앞지른다. 자신감만 불어넣는다면 소비의 과도한 위축은 막을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국제사회의 모범인 양 떠벌리는 ‘속도전’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선제 경기부양책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시장이 정부의 속도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4개월 새 3.25%포인트나 떨어뜨린 공세적 금리 인하와 재정 조기집행 독려가 이에 해당한다. 감기환자에게 폐렴환자에 준하는 고단위 투약을 하는 것으로 비유되고 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소비쿠폰 지급, 이동통신요금 인하 등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 살포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직접 살포하기보다는 사회안전망 정비를 통해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율성도 높일 수 있고 후유증도 적다.

내일이면 MB정부 출범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은 ‘7-4-7’이라는 대선 공약과 급전직하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사이에 정부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신뢰’라는 소중한 자산을 잃었다. MB정부가 경제운용의 기치로 내세웠던 시장경제는 그 기초가 되는 신용이 붕괴되면서 시장실패만 양산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방향타를 소비 분위기를 되살리는 쪽으로 설정해야 한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조만간 가시화되면서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자면 여윳돈을 쌓아둔 대기업과 중산층 이상 가계에 대해서는 투자와 소비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자동차 홀짝제와 같은 전시성 소비억제책은 하루속히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9-02-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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