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휴먼 인덱스/함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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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2-11 00:54
입력 2008-12-11 00:00
항해사는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바다의 상태와 기상변화를 분석한 뒤 이에 맞춰 항해 조건을 결정한다.국가경제 운용이나 기업의 투자도 마찬가지다.현재의 경기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앞으로의 경기흐름을 미리 알아야 적기에 올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법이다.

경기동향 파악은 각종 경제 변수들의 상호의존관계를 계량경제학적 방법으로 지표를 만들고 이를 통해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산업생산지수,도소매판매액지수,경기종합지수,기업경기실사지수,소비자태도지수 등이 주로 사용된다.주가지수도 주식시황뿐 아니라 경제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지표가 된다.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산출한 계량적 지수 외에 휴먼 인덱스(Human index),즉 인간지수를 통해서 시장의 동향이나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한다.사람의 행태를 통해 경기가 좋아질지 나빠질지를 알아내는 것이다.여성들의 스커트 길이는 대표적인 휴먼 인덱스로 꼽힌다.경기가 불황일 때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속설이 있고,증시에서는 ‘치마길이가 짧아지면 곧 주가가 오른다.’는 치마길이 이론도 있다.하지만 정설은 아니다.미국의 경제학자 마브리는 1971년 뉴욕 증시와 치마길이의 관계를 연구한 자료에서 ‘불황=미니스커트’라는 속설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반론을 제기했다.실제로 경기가 호황이던 1960년대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었고,오일쇼크로 세계경제가 침체했던 70년대에는 긴 치마와 바지가 유행했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 휴먼 인덱스가 유행이라고 한다.카드회사 영업창구가 붐비면 경기가 바닥이고,가계부를 쓰지 않던 장모가 다시 가계부를 꺼내 든다면 경기가 본격 불황에 진입한 신호라는 식이다.과거 증권가에선 객장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시골에서 농사짓던 사람이 주식투자를 하려고 서울까지 올라오거나 증권사 직원이 최고 사윗감이란 얘기가 나오면 주가가 ‘상투’에 달했다는 것을 짐작했다.과학적 연관성이 입증되지는 않지만 때로는 계량적인 분석을 능가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휴먼인덱스가 유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8-12-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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