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囚人 허본좌’ “서민빚 750조원 무이자로”
수정 2008-11-28 00:00
입력 2008-11-28 00:00
옥중인터뷰 “집필 마친 책 1000만부 팔릴 것”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허본좌’라는 애칭도 얻었던 허경영 당시 경제공화당(현 민주공화당) 총재.
그는 현재 허 본좌도 허 총재도 아닌 1XX번으로 불리고 있었다. 수용자 신분인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름을 상실한 채 살고 있었다.
허 총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혼담설, 부시 대통령 취임 초청설을 퍼뜨린 혐의(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수형번호 1XX번으로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그를 28일 같은 당의 박병기 비서실장과 함께 만났다.
몇 달 동안 계속되는 수감 생활로 수척해졌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드라이를 못한 듯 머리가 조금 단정하지 않았을 뿐, 혈색도 좋았고 눈빛도 건강했다.중요한 대목에 이르면 힘찬 손짓으로 강조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낯선 사람이 접견실에 들어서자 조금 어리둥절해 하던 그는 곧 ‘짧은 시간(10분)이나마 몇 가지 물어보고자 왔다.’는 말에 온화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건강은 괜찮습니까.”란 첫 질문에 “아주 좋아요.”라고 대답한 허 총재는 곧 “책을 집필했다.”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의 소식과 주장을 전하기에 바빴다.“‘동방의 등불’이란 책입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비선형적(순리에 맞지 않는)으로 돌발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그런 것에 관해 쓴 것이야.이 책 1000만부는 팔릴 거예요.”
1000만부라는 숫자가 황당하게 들렸기에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이에 그는 “1000만부 맞아요.지금 경제도 그렇고 전부 다 어렵지만,그럴 때일수록 이 책을 봐야 돼.보면 차츰 알게 되고,너도나도 사서 읽기 시작하지.그러다보면 1000만부 문제 없어요.”
이를 두고 박 비서실장은 인터뷰를 마친 뒤 “출간되자마자 1000만부’라는 얘기는 아니다.후에 대선에 나올 때까지 그 정도 팔릴 것”이라며 “1000만이란 숫자는 다 계산된 것이다.현재 초중고교생,대학생 등이 1000만명에 달한다.허 총재는 ‘자신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젊은 층의 숫자를 파악해 1000만이란 숫자를 추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제가 너무 어렵다는 기자의 말에 허 총재의 말은 더욱 빨라지며 톤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허 총재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경제 용어 하나를 던졌다.
“자 받아 적으세요. 트리클 다운 t-r-i-c-k-l –e d-o-w-n” 철자 하나하나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 그는 “현재 미국도 그렇고,다 이렇게 하고 있는데 잘못된 거란 말이지.”라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트리클 다운이란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는 뜻으로 대기업에 혜택을 주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결국은 서민들까지 잘 살게 된다는 뜻이다.
허 총재는 나아가 대안까지 제시했다.“서민을 살려야 돼요.지금 서민들 빚이 엄청나.750조원이 넘어요.이자만 갚으려고 해도 허리가 휘는 거야.이게 이러면 안 돼요.일단 전부 무이자로 해야 돼.그리고 원금은 장기상환 방식으로 갚게 만드는 거지.그래야 서민들이 살아나서 경기가 좋아지는 거지.”
그는 차기 대선에도 출마할 것이라고 밝히며,자신이 당연히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허 총재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현 정권을 찍었던 유권자들은 모두 (선거 도장을 집어 든) 손가락을 자르고 다음 선거 때에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현재 투표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만 투표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자신의 지지 세력인 젊은 학생층이 4~5년 뒤에는 투표권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인 40~50대까지도 감흥을 받게 돼 자연스럽게 자신을 지지하게 될 것이란 논리다.
조금은 과격한 비유를 들었지만,그가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신념’은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축지법,공중부양 등을 내세워 정치가로서의 이미지가 묻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조만간 축지법 등이 상품화가 돼서 세계가 그것을 보려고 한국에 몰려들 것”이라고 응수했다.한반도가 전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려는 순간 그와의 짧은 대화는 끝이 났다.10분의 면회시간이 끝났기 때문이다.시스템상 지정된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양쪽을 이어주던 마이크와 스피커가 작동을 멈춰 대화를 지속할 수 없었다.
허 총재는 자신의 뜻을 말하고 싶은 갈증을 다 풀지 못한 듯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이내 처음의 ‘온화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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