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과후 학교는 ‘非理 非理’
수정 2008-11-28 01:00
입력 2008-11-28 00:00
알선업체 통해 강사 엉터리 채용… 발전기금도 받아 챙겨
서울 A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27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이같은 내용을 폭로했다.B씨는 자신이 속한 C업체,A초등학교와 따로 맺은 이중계약서도 제시했다.그는 “업체가 초등학교 교장들을 관리하며 전속 계약을 맺는다.C업체가 관리하는 학교만 55개”라고 밝혔다.
방과후학교 강사 채용은 학운위의 심사를 거쳐 교장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그러나 현장에서는 학운위의 역할이 거의 없다.심사에 대개 한 사람만 올라오는 데다 참고할 만한 이력서나 프로필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B씨는 “면접은 C업체에서 봤다.밝고 인상이 좋은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채용이 결정되자 업체에서 A초등학교로 배정해줬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A초등학교 교장 D씨는 “알선이 아니라 자문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D교장은 강사 채용 과정에 대해 “1명에 대해서만 학운위에 올렸다.”고 말했다.강사 채용,프로그램 내용,강사료 등 방과후학교 전반을 심사하도록 되어 있는 초중등교육법 32조를 위배한 것이다.서울시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지침에 따르면 학교는 개인 혹은 비영리단체하고만 계약을 맺어야 한다.지난 4월24일 방과후학교 활성화대책이 발표되며 영리단체에도 길을 터줬지만,C업체는 그 이전인 2005년부터 강사 알선을 하고 있었다.
알선업체는 이중계약서를 통해 강사에게서 수수료 명목으로 월 급여의 40% 정도를 떼어갔다.강사 명의의 통장을 개설해 학교로부터 급여를 입금받는데,통장은 업체가 관리하고 있다.B씨는 “A초등학교에서 매달 입금되는 돈이 300만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그런데 내게는 170만원 정도가 입금된다.”고 말했다.C업체에서 일하는 영어강사가 10명이니 거칠게 계산해도 이 업체는 수수료로만 매달 1300만원의 차익을 얻는 셈이다.
B씨는 “책 원가가 2000~3000원이다.그런데 팔릴 때는 권당 1만원으로 둔갑한다.A초등학교에서는 한 과목을 듣기 위해 4~5권짜리 한 묶음으로 6만원어치 교재를 사야 한다.”고 말했다.이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이 150명가량이니 교재비로도 400여만원의 차익을 남기게 된다.
알선업체가 이렇게 막강한 권한과 이익을 누리는 데는 교장의 ‘적극적인 방조’가 있었다.B씨는 “업체에서 초등학교 교장들한테 한 학기에 학교발전기금 200만원,비정기적으로 봉투를 건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D교장은 “학교발전기금은 물론이고 봉투를 받아본 일이 없다.”고 얘기했다.시교육청 등 상위 기관의 감독 부실도 한몫했다.지난 4월15일 학교 자율화 조치가 발표되면서 방과후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일선 시·도교육청으로 업무가 옮겨갔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에서는 “1년에 몇 차례 현황파악을 한다.”고만 할 뿐 A초등학교와 C업체처럼 방과후학교를 둘러싸고 돈이 오고 갈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전혀 마련해놓지 않았다.
박진보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공교육에서 사교육을 흡수하려고 만든 방과후학교가 되레 사교육 영리단체를 끌어들이면서 교육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08-11-28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