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명상…불교 수행은 심리치료법”
선임 기자
수정 2008-11-20 00:00
입력 2008-11-20 00:00
최근 명상과 참선 등 불교 수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전국의 사찰이나 선원은 물론,도심의 시민선방엔 때와 종교를 가리지 않는 수행자들로 붐빈다.흐트러진 ‘나’를 다시 세워 평상심을 되찾고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려는 이같은 수행자들의 불교 수행법은 심리치료의 한 방편에 불과한 것일까.
● “불교 가르침, 심리학적 해석 가능”
불교의 수행과 심리학 이론을 연결해 ‘불교 수행법은 결국 심리치료’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21일 오후 2시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서 조계종 불학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제9차 간화선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하는 김보경(철학박사) 경북대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김 교수는 미리 배포한 ‘간화선 수행과 심리치료’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심리학 관점에서 볼 때 초기 불교의 수행법이나 간화선 수행 할 것 없이 모두 심리치료법”이라고 못박았다.
김 교수는 ˝불교의 근간인 사성제는 현실적 고통의 종류와 원인,멸함,제거하는 방법을 기술하고 있고 중도의 원리는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는 것으로 지금의 정신-신체 의학이나 행동치료의 기본적 원리와 같다.”며 특히 “불교 수행법은 인간 자신이 타력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바르지 못한 생각과 행동을 스스로 변화시켜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인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면으로 보아서나 객관적 심리치료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인간은 무아로 인연의 힘에 의하여 움직인다는 불교의 이론과 인간은 무아로 환경의 힘에 의해 움직일 뿐이라는 심리학은 인간을 우주와의 총체적 관계에서 보는 공통점을 갖는다.”며 “불교의 선에서 인간의 본성을 원래 없는 공으로 보는 것과 같이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도 백지와 같이 텅 빈 것으로 보는 만큼 불교 선과 행동주의 심리학 간의 공통점은 불교의 가르침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생활화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된다.”고 덧붙였다.
● ˝특유의 종교적 성격” 21일 격론 예상
김 교수는 결국 “연기와 무아관이라는 불교의 핵심 철학과 학습 및 행동심리학의 철학적 배경이 다르지 않다.”며 “불교와 행동주의 심리학의 결합은 무지에서 오는 온갖 번뇌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과학적 방법으로 참나를 회복하고 모든 사람들이 조화와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이상적 사회를 이룩하는 데 서로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 교수의 이같은 주장을 놓고 21일 세미나에선 ‘불교 수행법은 과학,특히 심리학과는 구별되는 특유의 종교적 성격을 갖는다.’는 측과 ‘불교 수행 역시 인지 학습을 통한 현실 개선 차원의 심리치료’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격론이 예상된다.
토론에 나설 박경탁 신경정신과 원장은 “심리학에서 인간의 본성을 텅 빈 백지와 같은 것으로 보는 것과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가 과연 일치되고 동일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조건화되기 이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의문,즉 이 뭐꼬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간화선-위파사나 수행의 차이에 대해서도 격론이 일 전망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조준호(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박사는 미리 배포한 발제에서 “한국 불교계에 선정이 배제된 낮은 단계의 초선으로도 열반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선정 없이도 찰라정이나 더 낮은 수준의 선정만으로 깨달음과 열반,해탈이 가능하다면 이제껏 그토록 많은 동아시아 전통의 선 수행자들은 초선은 물론 초선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했다는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08-11-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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