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부” “살생부” 엇박자 은행-건설사 ‘불신 설명회’
유영규 기자
수정 2008-11-19 00:00
입력 2008-11-19 00:00
은행연합회는 18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사 대강당에서 건설사 관계자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건설회사의 채권 만기를 1년간 연장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대주단 협약 설명회를 열었다. 은행연합회 측은 “대주단 가입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적인 건설업체들이 살아날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덕생 여신 외환팀장은 “대주단 협약 가입은 자산매각이나 경영권 박탈 등 구조 조정과는 개념이 다르다.”면서 “대주단 협약은 은행이 상환을 미루는 것이기에 불필요한 경영간섭도 없고 채무 재조정의 폭도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살생부가 아닌 상생부로 봐달라는 요청도, 익명성은 보장될 것이란 약속도 했다. 연합회 측은 1시간여 동안 대주단 협약을 만들게 된 이유부터 가입절차, 가입할 때 받게 되는 이익들을 설명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불만은 터져나왔다. 여전히 불안하다는 건설업체의 토로다. 일신건영 황인규 재무팀장은 “부실채무와 자금난이 있는 회사가 대상이란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 누가 나서 가입하겠느냐.”면서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정부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고, 은행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상생부라고 하지만 결국 뒤집어 생각하면 퇴출 대상은 퇴출시킨다는 것”이라면서 “가입을 하면 한 달도 안 돼 소문이 퍼져 오히려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명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300여 좌석이 행사 30분 전 모두 차면서 200여명은 선 채로 설명회를 들어야 했다. 행사장에선 취재진을 의식해 회사 배지나 다이어리를 숨기는 모습도 보였다.
건설업체의 불신 속에서도 일각에선 결국 대주단 가입은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체들이 우려하는 ‘평판의 위기’가 죄어오는 ‘자금 압박의 위기’보다 무서울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이대로라면 2~3개월 뒤 부도 위기에 직면할 만큼 어려운 회사들이 적지 않다.”면서 “결국 100대 건설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머지 않아 대주단에 가입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창 은행연합회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큰 건설사 회장도 대주단에 가입하면 악영향이 있을까 걱정된다는 문의 전화를 할 정도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건설사들이 무한정 시간을 끌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 다음주부터는 가입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11-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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