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정] 성북, 외국인 김장 담그기
김경운 기자
수정 2008-11-12 00:00
입력 2008-11-12 00:00
문화체험 기본… 이웃사랑은 양념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주한대사 부인들 “김치 맛있어요”
11일 오후 성북동 276 ‘우정공원’에 탁자 30개가 놓이고, 절인 배추 2800여포기(5500㎏)가 쌓였다.
“배추가 아주 짜요.”“빨갛고 매운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은 것은 아닐까요?”등 외국인 주부들이 영어와 서툰 우리말을 뒤섞어 수다를 쏟아내며 즐거운 표정이다. 벽안의 대사 부인은 김칫소에 양념이 제대로 배었는지 몇점 맛을 본다.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주한상공인의 부인은 아이 입에도 막 버무린 김치를 넣어주었다.
절인 배추와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등은 자매도시인 충북 제천시 농가에서 구입해 이웃돕기의 의미를 더했다.8㎏짜리 김치용기 600개에 나눠 담긴 김치는 중증장애인 450가구와 사회복지시설 20곳에 전달됐다. 이날 김치와 함께한 외국인들의 모습은 예쁜 사진첩에 담겨 전해졌다.
성북구에는 31개의 주한외국대사 관저가 있다. 외교사절과 주한상공인 등이 7000여명이나 되고 결혼이민자도 80가구가 등록돼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교류지원 업무가 중요한 구정의 하나다.
●글로벌시대에 작은 외교활동
지난달에는 삼청각에서 150여명의 외국인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과 전통공연을 즐긴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를 열었다. 서찬교 구청장이 성북구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비공식 외교사절인 셈이다.5월에는 세계 15개국의 대표 음식과 민속공연을 체험하는 제1회 ‘다문화 음식축제’도 열었다. 행사장에 1.7m 높이의 대형 팥빙수를 만들어 외국인 노동자와 주민이 함께 먹는 이벤트도 했다.
결혼이민자들은 임신과 출산, 수유, 보육 등을 사전에 교육받을 수 있다. 외교사절 부부와 자원봉사 대학생을 연결해 한국어 교습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2006년 1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정착과 지원을 체계적으로 돕는 거주외국인 지원조례를 만들었고, 동사무소 통폐합으로 폐쇄되는 성북2동 청사는 인터내셔널센터로 변신한다. 구 홍보대사에는 서울글로벌센터 관장 앨런 팀볼릭도 활동한다.
서 구청장은 “글로벌시대를 맞아 성북구의 작은 외교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2008-11-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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