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의 새로운 분신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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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기자
수정 2008-11-04 00:00
입력 2008-11-04 00:00

12년만에 서울 전시 여는 중견 조각가 심문섭

중견 조각가 심문섭(65)은 1980년대 나무를 소재로 한 조각 ‘목신’ 시리즈로 국내 조각계를 주도했다. 그 이후 그는 국내에서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이름을 알린 작가가 됐다.“이곳저곳 해외에서 무대를 열다 보니 정작 국내에 작품을 내놓을 기회가 드물었다.”는 작가다. 지난 2001년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게 국내 마지막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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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없는 예술이 어디 있을까. 어디에 있건 그의 조각현장에서도 고민이 멈춘 날은 없었다. 조각재료의 물성 탐구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한창 대중적 인기를 모으던 ‘목신’ 연작에 매달릴 때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소나무밖에 없었다. 순하고 부드러운 감성의 한국 소나무, 그 이상의 재료는 없었다.“최고의 소나무만 고집한 탓에 그때는 작품 하나에 집 한 채가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도 많이 했다.”는 작가다. 그렇게 천착했던 ‘목신’ 시리즈는 안타깝게도 욕심만큼 이어갈 수가 없었다. 소나무 재료를 더이상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자연스럽게 금속을 작품에 섞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메타포’ 시리즈다.

작가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재료에 대한 까탈이 유난스럽다. 재료의 물성을 연구하는 데 작업의 초점을 두는 이유가 있다. 오브제는 그것 자체로 작품을 대변하는 몫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최근 작품들이 아주 모처럼 서울에서 선을 보인다. 사간동 갤러리현대(02-734-6111)와 소격동 학고재(02-739-4937)에서 5일부터 25일까지 푸짐한 조각잔치를 벌인다.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기는 12년 만이다. 게다가 간판급 상업갤러리가 손잡고 한 작가의 개인전을 함께 연 적도 없었다. 경복궁 정문 맞은편께의 갤러리현대에서 사진작품을, 걸어서 5분쯤 떨어진 학고재에서는 최근 조각과 설치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제목은 ‘프레젠테이션(The Presentation)’. 근작들은 물론이고 그동안의 다양한 시도들을 두루 보여준다. 옆으로 길게 누운 나무기둥 위로 대나무가 꽂혀 있고, 그 뒤로 하얀 캔버스가 배경처럼 붙어 있다. 낡은 식탁 한가운데에 투명 비닐관들이 솟아올라 에로틱한 느낌마저 주는가 하면, 폐기된 신문지 뭉치와 돌덩이를 한데 묶은 광섬유에선 반짝반짝 빛이 난다.“버려지는 존재가 인간의 손길을 거쳐 재탄생하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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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특기사항은 또 있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국내전을 통해 사진과 사진드로잉 작품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옆의 팔레루아얄 공원에서 전시돼 화제가 됐던 작품이기도 하다. 카메라에 담은 자연 피사체를 인화해 다시 그 위에 먹으로 덧그린 사진드로잉이 독특하다.

작가는 작업실을 네 곳에나 두고 있을 만큼 작품 욕심이 많다. 한참 동안 거점으로 활약했던 파리, 고향 통영, 경기 덕소, 그의 집이 있는 서울 평창동.“어딜 가나 그 공간에 맞는 새로운 긴장이 생겨서 좋다.”는 작가는 “요즘엔 유년의 기억을 퍼올릴 수 있는 고향 통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11-0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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