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풀뿌리 나눔’
이경주 기자
수정 2008-11-01 00:00
입력 2008-11-01 00:00
경기침체에 기업·독지가 고액기부 ↓… 서민 소액기부는 ↑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장모(28·여)씨는 지난달 4일 의미있는 아들 돌잔치를 치렀다. 장씨 부부는 충남도 임시보호쉼터에 있는 가정폭력 피해 아동 20명과 식사를 함께 하고 문구세트를 선물로 줬다. 매월 보호시설에 15만원씩 기부하는 장씨 부부는 “이럴 때일수록 도와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더 불우한 이웃에게” 지원금 절반 기부
경기 일산시에서 벽지도매업을 하는 김윤주(32)씨는 수입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최근 결식아동을 위해 월 5만원씩 기부를 시작했다. 도배일을 하면서 조손가정 어린이들이 굶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경제상황이 열악해지면서 기업이나 부유층 독지가의 고액기부는 줄고 있지만, 어려움을 함께 하려는 서민들의 소액기부가 늘고 있다. 관련 단체들은 “‘풀뿌리 기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살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굿네이버스는 31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개인 소액기부의 증가로 기부액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2%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개인기부액 비율은 지난해 88%에서 올해 93%로 늘었다. 반면 기업 등 법인기부액은 12%에서 7%로 줄었다. 사회복지공동기금회의 올해 1000만원 이상 기부금 합계는 28억여원에 그쳤으나 1000만원 미만 기부금은 34억 9780만원에 달했다. 아름다운 재단에는 지난 2개월간 고액기부자의 기부 상담이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만 해도 1000만원 이상 기부 상담이 한 달에 10건이 넘었다. 반면 지난해 법인기부의 30% 수준이던 개인기부액은 올해 처음으로 법인기부액을 넘기 시작했다.
●청약저축 해약한 돈 내놓은 서민도
규모가 작은 보육원들은 서민들의 소액기부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동대문구 장안동 ‘작은사랑나눔’은 서민 238명에게 후원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기부는 지난해에 비해 40% 정도 줄었다. 다행히 최근 매월 신규회원이 평균 5명씩 늘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의 ‘행복한 사랑 복지센터’도 기업기부와 고액기부가 없어 소액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임완주 사회복지사는 “서민들이 보내주는 쌀과 부식으로 그럭저럭 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 기부자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청약저축을 해지하고 800만원을 굿네이버스에 기부했다. 그는 “내 집 마련의 꿈보다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겠다. 좋은 일에 써달라.”는 말을 남기고 연락을 끊었다. 다른 이는 “지난 1월에 형편이 안 좋아져 후원을 취소했는데, 어려울수록 돕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달부터 소액기부를 다시 시작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8-11-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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