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사진으로 증언하는 한국의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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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0-31 00:00
입력 2008-10-31 00:00

【 경성,사진에 박히다 】

나는 근대사진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사진을 통해서 우리가 바라보는 근대가 실제의 그것과 얼마나 같고 다른가에 관심을 갖고 근대기의 각종 사진자료와 씨름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우리가 자명하게 알고 있거나 우리에게 현재화되어 있는 근대성의 기원을 알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근대사진아카이브를 구축하여 역사기록물로서의 사진의 중요성과 사진기록문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 책도 그러한 결과물 중의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펴낸 ‘구보씨, 사진 구경가다’(2007)와 한 쌍을 이룬다. 해방 이전에 발행된 신문 중에서 사진관련 기사를 뽑아 연도별로 정리한 일종의 색인집이다. 사진사 연구를 위한 실물사진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텍스트자료라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업이었다. 3년여의 시간에 걸쳐 작업한 색인집의 기사들을 다시 주제별로 분류하여 내용을 엮은 것이 이 책이다. 신문기사를 읽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분야사적인 관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사진문화를 접할 수 있었는데, 과연 ‘사진 없는 근대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사진이 없었다면 아마도 근대 문화의 많은 부분이 텅 빈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18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수용된 사진은 점차 대중화되면서 통과의례에 있어 어느덧 빼놓을 수 없는 의식행위의 하나가 되었고, 조선인들의 행동양식과 삶의 방식들을 결정짓는 사태로까지 나아갔다.

사진 없는 결혼식을 상상할 수 있을까. 사진 없는 백일잔치와 돌잔치, 졸업식과 장례식은 또 어떤가. 그리고 사진기 없이 떠나는 여행은 상상조차 어렵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치르는 다양한 통과의례나 사회 활동에서 사진촬영이 없다면 그 의식이나 의례의 완결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백일사진, 돌사진, 졸업사진, 결혼사진, 영정사진, 그리고 사회 활동을 하면서 찍게 되는 단체사진 등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과 결속력을 확인시켜 주는 심리적 안정제 역할을 해왔다. 여행사진 또한 자신이 보고 경험한 여행지에 대한 상징적 소유욕을 충족시켜주는 매체로서 그리고 그곳에 갔다 왔다는 증거적 도구로서 기능해왔다. 사진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면서 조선인들은 사진의 덫에 빠지게 되었고 점차 근대적 인간으로 변모해갔다. 이렇게 변모한 조선인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디지털카메라의 대중적 보급과 인터넷 문화의 확산 속에서 디카족들은 새로운 사진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사진 찍기는 이제 취미를 넘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사진의 개념도 환경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이때 다소 생소하거나 낯선 풍경들도 있지만 오늘날의 사진문화와 닮은 구석이 많은 근대의 사진문화를 엿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거기서 사진에 대한 우리의 인식들이 어디서 기원되었는지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 안내서가 되기를 바란다.(산책자 펴냄)

이경민 사진아카이브연구소 대표
2008-10-3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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