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엔高 뇌관/ 오승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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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0-30 00:00
입력 2008-10-30 00:00
지난 1985년 9월22일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 경제 선진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플라자 합의문을 발표한다. 미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일본 엔화 가치는 끌어올리는 내용의 환율 정책에 합의했다. 무역 및 재정 적자 등 쌍둥이 적자로 허덕이고 있던 미국 정부가 달러화 강세 해소책의 일환으로 ‘엔고(高)’를 유도한 것이다. 엔화를 타깃으로 한 플라자 합의는 가시적인 효력을 발휘했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235엔에서 합의문 발표 다음 날 20엔가량 떨어졌다.1년 뒤에는 120엔대로 달러화 가치가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이후 달러당 85엔까지 가는 등 급속한 엔고 현상이 이어진다.

엔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일본 기업들은 해외 자산 사들이기에 나선다. 소니가 유니버설사를 매입한 것이 예다. 일본이 ‘잃어 버린 10년’을 맞았던 것도 엔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 27일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과도한 엔고를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플라자 합의가 나온 지 23년여만이다. 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엔고가 국내 경제에 또 다른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엔화 초강세의 원인은 뭘까. 복합적이겠지만, 일본의 돈 많은 주부 투자자들을 지칭하는 ‘와타나베 부인’들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들은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호주 달러나 해외 원자재 시장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내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그 여파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92엔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장중 1600원선까지 오르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우리나라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263억 2200만달러의 대일 무역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늘어났다. 엔화 가치 폭등으로 일본 상품에 비해 수출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점도 있다. 그러나 대일 무역 적자 확대로 마이너스(-)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부품·소재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오승호 논설위원osh@seoul.co.kr
2008-10-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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