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넘어 상상력을 지휘했던 ‘그’
강아연 기자
수정 2008-10-17 00:00
입력 2008-10-17 00:00
【 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래틀’의 일대기
사이먼 래틀은 이와는 정반대 지점에 서있는 지휘자다. 강마에처럼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단원들과 함께 상의한다. 독재자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로서 함께 음악의 방향을 결정해나간다. 이 때문에 그는 “예외적인 카리스마를 타고났다.”는 말을 듣는다.
‘사이먼 래틀’(니컬러스 케니언 지음, 김성현 옮김, 안그라픽스 펴냄)은 이 같은 ‘민주적 지휘자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의 음악 행정가이자 유명 칼럼니스트로 30년 가까이 래틀의 행보를 지켜보며 자료를 모으고, 각종 언론기사 및 인터뷰 등을 집대성했다.
래틀은 영국 리버풀 출신으로 재즈에 심취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유년 시절부터 음악광이었던 그는 버르토크, 쇤베르크, 말러, 쇼스타코비치 등을 즐겨 들었다. 장애를 지닌 누이가 있는 가정 환경, 외로움을 잘 타는 유별난 성격 등은 그가 ‘오로지 음악에만 미친 아이’로 자라는 데 한몫했다.
래틀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5세 때 한 자선 음악회에서 리버풀 신포니에타의 지휘를 맡으면서부터. 당시 한 신문은 첫 지휘봉을 잡은 이 ‘어린 스타’를 향해 “진정한 통찰력을 지닌 미래의 지휘자”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신동’은 불과 25세에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CBSO)의 상임 지휘자로 임명된다. 그는 18년간 이 악단을 지키며 버밍엄을 세계 정상급 악단으로 성장시킨다.
래필이 단원 투표를 통해 21세기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장으로 선출된 것은 1999년. 하지만 계약 사인을 3년간 미루면서 먼저 오케스트라의 구조 개혁, 단원들의 봉급 인상, 정부 지원 등 묵혀 있던 문제들과 부딪쳐 나갔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가 풀린 다음에야 2002년 역대 최연소 나이에 첫 영국 출신 지휘자로 당당히 베를린 필 수장에 올랐다. 버밍엄 시절부터 함께 연주해 왔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그를 “언제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휘자”라고 말한다.2만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10-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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