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력·가난 대물림 우려
#2. 지난 2000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C(32·주부·전남 거주)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딸이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딸은 한국말을 잘 못해 주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친구들이 “너 한국사람 맞냐.”면서 놀리고 있어 학교에 진학하면 ‘왕따’를 당할까봐 걱정스럽다.
10여년간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구성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취학·진학 나이가 되면서 교육문제가 심각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지역에서 성장하고 있어 저학력과 가난의 대물림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제결혼은 전체 결혼의 10%에 이르는 3만 8000여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지난 2005년 6121명,2006년 7998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 3445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학자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청소년 10명 가운데 2명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으며,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거나 중퇴한 경우가 10명 중 1명,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거나 중퇴한 경우도 10명 중 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가 전남지역 거주 이주여성 15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다문화가정이 겪는 자녀양육 어려움의 1순위로 사교육비(51.1%)를 꼽았다.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음(26.0%), 자녀의 건강관리(19.4%), 보육시설의 양과 질(13.4%)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의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 가정의 소득이 평균 이하라는 점에서 저학력과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송미경 교육대학원 교수는 “다문화가정의 문화적 충격과 언어소통, 경제활동 상의 어려움은 특히 아동, 청소년의 성장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가족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차정섭 원장은 “대부분의 외국인 어머니들이 자녀를 양육하는 시기에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있다.”면서 “이러한 다문화가정의 한국사회 연착륙을 위해 청소년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를 대상으로하는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