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무 앞서거나 뒷북치는 경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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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8-30 00:00
입력 2008-08-30 00:00
경찰이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노동자연합 회원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다. 더불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비롯,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는 건설공사 입찰비리 수사를 진행하면서 사건의 열쇠를 쥔 홍경태 전 청와대행정관의 해외 출국을 막지 못해 망신살이 뻗쳤다. 두 사건 모두 시류에 편승한 경찰이 한 건 올리려고 서두른 결과다.

오 교수 사건을 보면 과연 경찰이 공안사건을 다룰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술하다. 그간 수차례 공개적으로 북한을 비판해 온 오 교수와 사노련 관계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등의 혐의를 적용한 것이 그렇다. 법원이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하다. 홍 전 행정관의 도피성 출국과정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홍씨는 21일 “곧 출석하겠다.”고 말한 뒤 22일엔 “25일에 가겠다.”고 번복했으며 결국 출두하지 않았다. 경찰은 홍씨가 2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난 사실조차 모르고 출국금지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뒷북수사를 벌였다.

경찰의 법집행에는 한치의 정치적 고려도 있어선 안 된다. 여론의 눈치를 보던 과거도 잊어야 한다. 법치주의에 입각해 정도를 걸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오 교수 등에 대한 어설픈 국가보안법 적용이 법의 존폐 논란을 불러오고 홍씨의 도피성 출국이 참여정부의 비리를 덮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2008-08-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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