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백두산 공정/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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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기자
수정 2008-08-08 00:00
입력 2008-08-08 00:00
한·중 수교 직후인 1990년대 중반 백두산에 올랐던 적이 있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옌지 공항에서 출발해 장백폭포를 거쳐 올라가는 코스였다. 산정에서 천지를 내려다 봤을 때 가슴 한쪽이 벅차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최근 백두산을 다녀온 지인의 답사기를 듣고 씁쓸했다. 가슴 속에 묻어 둔 풍경과는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백두산 경내의 한글 표지판이나 안내문부터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오로지 장백산(창바이산)이란 중국 이름만 통용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2005년 백두산 관할권을 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 지린성으로 바꾼 뒤 이뤄진 변화다. 이른바 동북공정의 일환인 ‘백두산 공정’의 산물인 셈이다.

엊그제 기자는 또다시 놀랐다.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백두산을 통째로 중국령으로 분류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다. 독도를 한국령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고쳐 파문을 일으킨 BGN이 백두산 천지도 중국 호수로 분류해 왔다니…. 우리가 일본의 독도 침탈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중국이 소리없이 백두산 공정을 진행해 온 결과가 아닐까.

BGN의 분류로 인해 당장 백두산이 우리와 중국의 공동소유라는 국제법적 지위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게다. 그러나 중국이 백두산 공정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란 점이 문제다. 특히 북한이 경제난으로 극히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천지의 주차장 건설 과정서 북측이 식량을 얻으려고 영토를 내주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땅부자인 러시아마저 우리 땅을 넘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두만강 하상(河床) 중간을 경계로 삼는 북한과 러시아가 국경 재획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두만강 수로 변화 탓이라지만 북한 쪽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문득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 믿지 마라, 일본놈 일어난다, 조선놈 조심하라.”라는 해방공간의 유행어가 생각난다. 한반도 주변 4강 중 그래도 미국은 우리 영토에 야심이 없어 그나마 다행일까. 금수강산을 지키려면 온 국민이 나서야겠지만, 외교부부터 인력·예산 타령하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08-08-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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