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덫 극복하려면 레닌 정신 비판·계승해야
김규환 기자
수정 2008-05-30 00:00
입력 2008-05-30 00:00
지젝이 만난 레닌
지젝은 먼저 레닌 특유의 단호함에 주목한다. 옳다고 믿으면 결코 양보하지 않는 레닌의 뚝심. 지젝 스스로가 추린 레닌의 글에서도 그런 단호한 모습은 목격된다.“지금 권력을 장악하지 않고,‘기다리고’,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말하는 데에나 몰두하고,(소비에트의) 기관을 위해 싸우는 일, 대회를 위해 싸우는 일에만 만족하는 것은 혁명의 실패를 선고하는 것이다.” 지젝은 특히 레닌이 표방했던 ‘진리의 정치’를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와 같은 미국 주도의 세계화 시대에 레닌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미국의 ‘나홀로 마이웨이’와 관련, 지젝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담당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전범’으로 체포하라는 등 십자포화를 퍼붓는다. 그리고 “대국과 소국의 관계에서 늘 작은 민족주의를 고려해야 한다.”는 레닌의 주장을 곱씹는다. 지젝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가 민족국가의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는 프랑스, 영국, 독일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강조한다.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책은 2002년 출간된 지젝의 ‘문앞에서 선 혁명’을 우리말로 옮긴 것.1부 ‘문앞에 다가온 혁명’은 1917년 3월부터 10월혁명까지 러시아 혁명을 바라보는 레닌의 글을 소개한 것이며,2부는 레닌과 관련된 지젝의 글을 추려 모은 것이다.600쪽에 달하는 장문의 글이지만 그리 지루하지 않다. 영화, 연극, 소설, 음악 등 다방면의 지식을 원용,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정치·사회·철학적 주제들을 문화와 접목시켜 쉽게 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과 시대를 넘나드는 저자의 담론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3만 2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2008-05-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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