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靑 “임시국회서 승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진경호 기자
수정 2008-05-24 00:00
입력 2008-05-24 00:00
이명박 대통령에게 23일은 힘든 하루였다. 전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17대 국회 처리를 통합민주당에 호소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미 쇠고기 협상 주무장관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부터 해임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야당들은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 표결에 부치는 실력행사를 단행하기도 했다.5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그리고 17대 국회 4년을 마감하는 본회의를 한·미 FTA 비준안 대신 이 대통령이 발탁한 각료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는 것으로 마감한 것이다.

비록 해임안이 간발의 차로 부결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렇다고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짐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풀린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의 ‘방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임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민주당이 자칫 내홍에 빠지면서 ‘한·미 FTA 17대 국회 비준’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 탓에 청와대는 정 장관 해임안이 부결됐음에도 안도의 한숨이나 반기는 모습 대신 자세를 한껏 낮췄다.

박재완 정무수석은 해임안 부결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 노코멘트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비록 부결됐지만 찬성표가 그만큼 나온 데 대해 침울한 분위기”라고 청와대 표정을 전했다. 가급적 민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이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정국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임시국회를 재소집, 26일부터 17대 국회 종료일인 29일까지 임시국회가 다시 열리게 됨으로써 한·미 FTA 비준의 마지막 불씨를 되살릴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치력을 총동원한다면 17대 국회에서의 비준이 결코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남은 일주일 야당을 설득할 다각도의 카드를 강구하고 나섰다. 여권 지도부가 총출동, 야당 설득에 나서는 한편 쇠고기 협상 파동과 관련해 민주당 등 야권에서 제기한 요구조건 가운데 일부를 수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야당이 FTA 비준에 동의할 명분을 마련해 주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이후 적절한 시점에 야당이 요구한 국정쇄신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천명하는 방안도 하나의 카드다. 정국 화합 차원에서 대선 때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고소·고발을 전면 취하하는 방안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2008-05-24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