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광우병 관심없는 美교포들/박건형 미래생활부 기자
수정 2008-05-14 00:00
입력 2008-05-14 00:00
미국 출장길에 만난 대부분의 교포들은 광우병 논란 자체를 ‘좌익 세력의 준동’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한국 식당 주인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대학 교수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한 교수는 진보성향의 단체 이름을 거론하며 “이념적인 문제에 학생들까지 동원한다.”며 분개했다.
교포들은 광우병에 대해 전혀 우려하지 않고 있다. 미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거리낌없이 스테이크를 먹고, 갈비찜과 불고기를 요리한다. 직접 만난 교포들 중 누구도 광우병 때문에 쇠고기를 먹지 않거나 꺼려진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가 논란이 되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교포들과 대화를 하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광우병에 대해 이들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광우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프리온’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광우병을 심각한 병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 교포는 “평생 매일같이 먹는 미국인들도 관심조차 없다.”면서 “우리라고 특별한 문제가 있겠느냐.”고 말했다.2년 내 100%라는 치사율에 대해 언급하자 “발병률이 제로나 마찬가지인데 치사율은 의미가 없다.”며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식사시간이 됐다. 메뉴는 ‘곰탕’과 ‘곱창볶음’. 뇌, 머리뼈, 척수 등이 광우병위험물질(SRM)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마주 앉은 교포가 처음 듣는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제서야 “미국 사람들이 먹지 않는 부위라 갑자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과장된 사실까지 너무 많이 알아서 고민인 한국 사람들과 달리 광우병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교포들. 정확한 사실을 필요한 만큼 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출장이다.
박건형 미래생활부 기자 피츠버그(미국)에서 kitsch@seoul.co.kr
2008-05-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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