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쇠고기 협상 치명적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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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기자
수정 2008-05-12 00:00
입력 2008-05-12 00:00
미국 측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당초 예고한 것보다 더 완화한 수준으로 내놓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강화한 내용으로 잘못 해석,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에는 월령과 관계 없이 도축검사 불합격 소는 동물사료로 쓸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30개월 미만은 사료로 사용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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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은 브리핑을 갖고 정부가 밝힌 미국의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의 내용이 미국 연방관보에 실린 내용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청이 공개한 영문 자료를 면밀히 검토했어야 했는데 잘못 해석하는 등 우리 쪽 실수가 있었다.”면서 “10일 밤 영문 번역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어 “미국이 지난 2005년 입법 예고했던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를 그대로 공포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최근 연방관보 내용은 이와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동물사료에 30개월령 이상 소의 뇌와 척수 사용을 금지한다는 우리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설명, 미국 측과의 재협상 가능성은 일축했다.

정부는 지난 2일 보도자료에서 미국측의 조치에 대해 “30개월 이상 소에서 광우병위험물질(SRM)이 있을 수 있는 뇌와 척수를 제거하고,30개월 미만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는 돼지 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광우병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관보를 통해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라도 30개월 미만이면 뇌와 척수의 제거와 상관 없이 사료금지물질(CMPAF)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도축검사 불합격 소는 뇌와 척수가 제거되지 않으면 사료로 쓸 수 없었던 기존 문구보다 오히려 완화된 셈이다.

이에 따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있어 30개월령 제한을 푼 것은 양국이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에 합의했기 때문인데, 구체적인 강화 내용에 대해 양국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쇠고기 검역기준 입법예고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면서 협상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청하고 입법예고도 다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두걸 유지혜기자 douzirl@seoul.co.kr

2008-05-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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