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사각지대’ 비례대표들
각 당이 지역구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내홍에 휩싸이면서 정작 당의 색깔과 지향점을 드러내는 비례대표 후보자 검증에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입법부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제도인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한 회의도 깊어졌다.
집권당이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의석을 확보, 정국 혼란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각 당의 비례대표 공천 잡음이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측근으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국교 비례대표 당선자를 옹호하는 논평을 자제했다. 앞서 야당탄압 의혹을 제기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유종필 대변인은 “정 당선자측에서 ‘조용히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알려 왔다.”고 전했다. 민주당으로서도 선거 관련 범죄가 아닌 금융감독원이 고발한 사건을 ‘정치공세’로 몰아붙이기는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혐의가 인정됐을 때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어 섣불리 ‘방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인이 해명했지만, 곤혹스럽다.”고 했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인 이한정 당선자는 2건의 사기와 공갈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앞선 선거에서 고등학교 졸업증을 위조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김석수 대변인은 “2000년 사면돼 각종 증명서나 범죄기록이 깨끗하게 나와 당에서는 몰랐다.”고 했다.
창조한국당 홈페이지에는 “대안야당 당선자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이 당선자에게 당선 포기를 권유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당 실세들의 ‘나눠먹기식 비례대표 공천’도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15번 김유정 당선자가 짧은 당료 경력에도 불구하고 박상천 공동대표 추천 몫으로 당선권에 배치된 데 대해 불만이 터졌다.
한나라당에서는 당 지지율이 낮은 호남 출신 비례대표 7번 김소남 당선자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호남향우회 전국 여성회장인 김씨가 임향순 호남향우회 전국연합 총회장보다 상위 순번을 받아서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고려대 경영대 대학원 교우회장을 해서 배려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연소 당선자인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자도 건설업체 대표인 어머니 김순애씨가 서청원 대표와 막역한 관계라서 김씨의 후광으로 국회의원이 됐다는 의혹 등을 샀다.
홍희경 박창규기자 saloo@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