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프랑켄슈타인 실험/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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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기자
수정 2008-04-07 00:00
입력 2008-04-07 00:00
19세기 여류작가 메리 셀리가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인간괴물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창조에 몰두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터득한다. 어느날 밤, 그는 죽은 사람의 뼈로 거인을 만든다. 그런데 실험의 실패로 괴물을 탄생시키고 만다. 괴물은 자신의 추한 모습에 불만을 품고 프랑켄슈타인의 아내와 동생을 살해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복수심에 괴물을 쫓다가 결국 자신도 파멸한다는 줄거리다. 이 소설은 1931년 미국에서 공포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지금 유럽은 ‘프랑켄슈타인의 실험’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이 소의 난자와 인간의 유전자를 결합한 사이브리드(Cybrid·세포질 교합배아)를 만든 게 발단이다. 소의 난자에서 유전물질을 제거한 뒤, 여기에 인간 피부세포에서 떼낸 유전물질을 집어넣어 배아 형성에 성공한 것이다. 사흘간 생존한 이 배아는 99.9%는 사람이고 0.1%는 소라고 한다.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며, 프랑켄슈타인의 실험과 뭐가 다르냐?”고 발끈했다. 반인반우(半人半牛)나, 켄타우로스처럼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출현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불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라지만, 뭐가 잘못돼서 진짜 소나 말 같은 인간이라도 나오면 어쩔 건가. 다행히 지금까지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2세(F2)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계·문·강·목·과·속·종(界門綱目科屬種)의 생물 분류체계에서 과(科) 이하로 가까울 경우, 염색체가 비슷하면 F2가 나올 수 있다. 말과 당나귀(말科), 호랑이와 사자(고양이科), 개와 늑대(개科) 사이에 F2가 나오는 것은 부모(F1)가 ‘같은 科’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분류상 ‘∼포유綱-영장目-사람科∼’로 이어진다.‘사람科’엔 사람밖에 없어 사람끼리가 아니고는 2세의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명공학의 진전 속도로 미루어 실험실에서는 이런 자연의 섭리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윤리규정으로 철저히 통제한다지만, 정신나간 과학자가 짐승같은 인간이나 키메라(머리는 사자, 몸은 염소, 꼬리는 뱀)라도 만든다면 그건 단순한 기우가 아닐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8-04-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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