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문의 날’ 박수를 보내며/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8-04-04 00:00
입력 2008-04-04 00:00
원래 기념일에는 과거의 업적을 칭송하고 앞날에 대해 덕담도 하는 게 관행이다. 지난 시절 신문 특유의 화려한 무용담들을 기억하거나 현재의 중요한 위치를 생각해 보면, 그리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미지 확대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하지만 올해 신문의 날(7일)을 맞은 소감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현재 신문업계 전체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고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기 때문이다. 신문업계는 성장세 둔화와 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포털을 비롯한 뉴 미디어의 도전으로 고전하고 있다.

현재 신문은 광활한 벌판을 힘겹게 달려온 뒤 다시 끝없는 바다와 맞닥뜨린 심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신문의 운이 여기서 다한 것처럼 절망할 필요는 없다. 도전은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신문은 종이로 찍어내는 뉴스였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것은 종이이지 뉴스가 아니다.“뉴스페이퍼는 페이퍼가 아니라 뉴스로 정의되어야 한다.” 이는 뉴욕타임스의 발행인 아서 설즈버거가 한 말이다.

미래를 개척하는 데 어제의 감각과 관행은 도움이 안 된다. 신문 종사자들은 화려한 시절의 기억은 잊어버리고 원점에서 새로 출발하는 심정으로 뼈를 깎는 개혁에 임해야 한다. 그런데 신문의 개혁 방향에 대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전문가들이 내린 처방은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는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좋은 신문의 요건이 무엇이던가? 바로 정확하고 믿을 수 있으며 권위있는 뉴스가 아닌가? 이런 진단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 인터넷에는 방대한 정보가 유포되고 있지만, 약간의 가공과 포장을 걷어내면 이 정보에는 정작 새로운 게 그리 많지 않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이 정보의 출처를 추적해 들어가 보면 대개 전통 매체인 신문이 나온다.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가늠하는 잣대는 뉴스 매체의 권위이다. 신문의 권위는 오랫동안 권력이나 외부의 압력에 대항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지키려고 노력해온 과정에서 축적된 것이다. 독자들의 뇌리 속에 각인된 이미지, 이것이야말로 신문의 브랜드 가치이며, 이 점에서 신문은 아직 어떤 매체보다 경쟁력이 있다.

또 하나의 처방은 정보의 부가가치를 높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문은 사건에 관한 뉴스를 빠르게 취재하는 데 전념해 왔다. 그래서 특종은 신문 기자에게 자랑스러운 훈장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매체가 다양해지고 정보의 전파 속도가 빠른 시대에 속보 경쟁은 의미가 없다. 기자들은 한두 시간 앞서는 특종에 목숨을 걸지 몰라도 여기에 신경 쓰는 독자는 예상외로 많지 않다.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가 되려면 사실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신문 뉴스는 사건의 여러 측면과 의미를 알려주는 정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전문성이라 불러도 되고 심층성이라 해도 좋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신문에서 정보의 플러스 알파가 된다. 또한 이는 앞으로 신문이 디지털 콘텐츠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새로운 매체와의 무한 경쟁 시대에 신문이 살 길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 숙제를 푸는 데 있다. 적어도 포털의 블로그보다 신문이 더 유익하다는 확신이 들 때, 젊은이들은 다시 신문으로 돌아올 것이다. 신문의 날을 맞아 그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신문이 인류 정신유산의 보루로서 더욱 발전하길 빈다.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8-04-0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