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지다/강요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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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기자
수정 2008-03-28 00:00
입력 2008-03-28 00:00

제주 4·3항쟁의 처음과 끝 그림과 글로 생생히 증언

제주에서 나고 자라 쉼없이 고향을 그려온 화가 강요배(56)씨가 4·3항쟁의 처음과 끝을 기어이 그림으로 증언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았건만 여전히 상처가 아물지 않은 고향의 아픈 기억을 붓으로 쓸어내 화집 ‘동백꽃 지다’(보리 펴냄)에 살뜰히 담았다. 제주에서 한발짝도 떠나지 못하고 그림을 그릴 만큼 고향사랑이 깊은 작가로서는 오랫동안 별러온 작업이다.

1948년부터 1949년까지 피의 참극이 빚어진 섬 곳곳의 이야기를 생생한 현장 증언들을 바탕으로 화폭으로 불러냈다. 저항운동의 뿌리가 된 1945∼46년 해방공간의 역사도 함께 그림으로 상기시켰다.

6개 부문으로 나눠 전개되는 화집에 등장하는 그림은 모두 59점. 이 가운데 51점은 4·3항쟁의 전 과정을 시간순으로 묘사한 것들이다. 꼬박 3년을 매달린 결실이다.

4부 ‘항쟁’편에는 4·3항쟁의 잊혀진 기억들이 종이 위의 목탄 그림들로 어제 일인 듯 생생히 불려 나왔다.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무장항쟁 결의 회의, 산으로 피신한 항쟁대원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식량을 나르는 여인들,‘오라리 방화 사건’을 무장대의 책임으로 조작하는 미군들, 군의 무차별 토벌작전 와중에 겁에 질린 채 망을 보는 아이들…. 금방이라도 꿈틀댈 듯한 목탄 터치들이 현장의 비극을 그대로 돋을새김한다.

그림에 덧붙여진 해설 글은 철저히 목격자들의 증언에 근거했다. 전국에 흩어진 70∼80대 현장 증언자들의 구술을 정리하는 작업은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 전문위원인 김종민 씨가 맡았다.



제주 4·3연구소 이사장을 맡은 작가는 화집 출간에 즈음해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새달 1일부터 6월30일까지 제주 4·3평화기념관 개관 기념전에서 책에 실린 작품들을 소개한다.2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03-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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