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법의 지배,아직 멀었다/김형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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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3-25 00:00
입력 2008-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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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변호사
김형태 변호사
이런 우스갯말이 있다.“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아는데 판사만 모른다.”

아직도 문중 땅을 놓고 송사들이 많다. 아무래도 문중 땅은 관리가 소홀하기 마련이다. 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 등기를 해도 장손이나 대표 몇명 이름으로 되어 있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를 기화로 개인들이 문중 땅을 자기 것이라고 우겼다. 수백년 내려온 문중 땅임을 온 마을 사람이 알지만 판사는 이들의 증언만을 가지고 등기의 증명력을 뒤엎지 않으니 ‘판사만 모르는´ 엉뚱한 판결이 나오곤 했다.

1910년 한일합병 이래 서양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0년이 되어 간다. 하지만 현대국가의 통치이념인 법의 지배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법의 지배´라는 게 그저 법률에 따라 모든 일을 풀어 나가면 된다는 형식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법의 지배´라 할 때 ‘법´이란 그 내용 면에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자유권뿐 아니라 경제 민주화를 통한 복지국가를 보장하는 법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는 부당 해고된 노동자를 원직에 복직시키는 대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바꾸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헌법에 보장된 근로의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사용주는 돈을 믿고 부당해고를 남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법의 지배´라 할 수 없다.

오로지 경쟁과 효율만을 중심으로 금산분리도 완화하고 출자총액 제한도 폐지하는 법을 만드는 것 역시 ‘법의 지배´라 할 수 없다. 헌법은 ‘시장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법 집행 면을 보아도 법의 지배라 말하기 힘든 면이 있다. 공기업 사장들에 대한 퇴진 압력이 그렇다.

법에 분명 임기를 정해 놓았거늘 정권이 바뀌었으니 물러가라 한다. 국립미술관을 운용하는 데 한나라당 식이 따로 있고 민주당 식이 따로 있을 리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의 정치적 견해는 여전히 다양하다. 임기제를 정한 법이며 문화의 다양성을 누구보다도 존중해야 할 문화부장관이 맨 앞에 나서서 생각이 다른 이는 나가라고 외치는 현실은 분명 역사의 후퇴다.

미국의 예를 드는 이도 있으나 그 나라는 제도적으로 벼슬을 돈 주고 산다. 케네디의 할아버지·아버지가 아일랜드에서 이민 와 아무런 정치적 기반이 없음에도 막대한 돈을 민주당에 기부하고 대사가 된 나라다.

10년째 계속되는 특별검사도 그렇다.‘특별한´ 검사들이 ‘보통´ 검사들에도 못 미친다. 대검 공안부장이 조폐공사 노조의 불법파업을 유도했다는 보통검사의 수사 내용을 특별검사가 뒤집었다. 공안부장의 취중 자백을 그저 허풍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번 e삼성 주식인수 건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이재용 전무가 벌인 e삼성 사업이 실패해서 커다란 손실이 예상되자 삼성 계열사들이 이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 계열사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이라는 참여연대의 고발에 대해 특별검사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개입한 것은 맞지만 계열사들이 이사회를 열어 정상적으로 가치평가를 해 독자적 판단으로 주식을 인수했다는 거다.

과연 계열사들이 구조조정본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재간이 있는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온 국민이 아는 이 일을 ‘특별한´ 검사만 모르고 있는 게다.

지난번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인 것은 관습헌법´이라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엉뚱한 주장에 따르면 앞으로 수도를 옮기려면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해야 할 판이다. 법을 집행하고 판단하는 이들 모두 법이 아니라 아전인수식 상황에 지배받고 있다.

김형태 변호사
2008-03-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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