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문영 기자
수정 2008-03-21 00:00
입력 2008-03-21 00:00
세계화는 필연, 그러나 환상은 버려라
스티글리츠의 책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홍민경 옮김,21세기북스 펴냄)가 번역돼 나왔다.2006년에 출간,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돼 200만부가 팔린 책이다.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세계화와 그 불만’(2002)의 후속작이지만, 세계화 비판에 초점을 맞췄던 전작에 비해 대안모색에 좀더 무게중심을 뒀다.
스티글리츠는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한국 외환위기 10년, 세계화의 명암을 돌아본다’란 제목의 특별기고문을 책 서두에 붙였다. 기고문엔 한국과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이 불편해할 만한 내용들로 가득하다.97년 당시를 되돌아 보는 스티글리츠의 회고를 요약하면 이렇다.‘한국 자본시장 개방은 결과적으로 일부 월스트리트 기업의 배만 불렸다. 한국은 금융위기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IMF와 재무부는 자신들의 문제를 인정하기보다 한국 기업들의 투명성 부족에 책임을 전가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그는 “많은 한국인들이 한·미 FTA를 쾌거라고, 무수한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협정에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은 결국 낙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스티글리츠가 한·미 FTA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은 그가 서구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 개혁을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벽들과도 일치한다.‘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는 이 장벽들을 뛰어 넘기 위해 그가 제시한 구체적 개혁안이다. 그는 한·미 FTA가 취하고 있는 양자간 무역협정을 미국에 유리한 차별적 시스템이라면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세계무역시스템을 제안한다. 빈국의 복제약 생산을 금지해 수많은 가난한 에이즈 환자들을 죽게 만드는 현 지적재산권 제도를 비판하고, 생명구호 약품의 접근성 확대를 요구한다. 선진국이 더 많은 표를 행사하는 국제기구 의결방식의 민주화와 빈국에서 부국으로 돈이 역류하는 글로벌금융시스템의 개혁도 주창한다.
그렇다고 스티글리츠가 반세계화론자인 것은 아니다. 미국과 IMF, 세계은행이 삼두마차가 돼 이끌어가는 현재의 세계화를 반대할 뿐이다. 그는 다른 세계화는 가능하고 심지어 필연적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불가능’한 현재가 ‘가능’한 미래가 되고, 공상과학적 ‘필연’의 시대로 진화하기까지 걸리는 까마득한 시간이다.2만 5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8-03-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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