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혈의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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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수정 2008-03-20 00:00
입력 2008-03-20 00:00
“알약 한 개를 먹고 2시간 뒤부터 1시간 간격으로 피를 뽑는다.2년 전부터 참가했는데 돈이 좀 되다 보니 학생 수가 몰라보게 늘어난 것 같다. 요즘엔 경쟁이 치열해 참가하기도 힘들 정도다.”(서울대 4학년 김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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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맞아 등록금 마련을 위해 이른바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에 뛰어드는 대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중개·아르바이트 사이트는 이미 10개를 넘어섰고, 이들 사이트에는 한차례 20만∼100만원을 호가하는 아르바이트 비용을 벌기 위한 대학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19일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생동성시험 중개사이트의 가입자가 1만명에 달하며, 대부분 20대 대학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C사이트의 ‘생동성시험 지원자를 위한 모임’에는 지난 17일 M정에 대한 시험을 위해 15명의 지원자를 모집하는 내용의 공고가 뜨자마자 지원자 6명이 몰려 들었다.20대 대학생 5명에 19세 대학 신입생 한명도 포함됐다.

대학생 강모(25)씨는 “친구 소개로 알게 됐다.”면서 “등록금과 용돈 마련을 위해 두달에 한번은 하고 있다. 아직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강씨에 따르면 안양의 한 중형병원 건강검진센터로 옮겨져 검진을 받은 뒤 한차례에 이틀씩, 모두 두차례 시험에 참여한다. 채혈은 모두 24회 이뤄지며 35만원을 대가로 받는다. 물론 시험기간에는 식사와 숙소가 제공된다.

하지만 수년 뒤 잠재된 약물의 이상반응이 뒤늦게 발견되거나, 임상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소규모 기관에서 시험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학생은 단기간에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생동성 시험에 참여했던 사실을 숨기고 다른 시험에 참여하기도 한다. 약물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생동성 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횟수는 3개월에 1회로 제한된다. 민노당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정부의 생동성시험 확대 정책과 맞물려 제약회사의 시험이 쏟아졌다.”면서 “적절한 윤리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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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동등성 시험

기존약과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 보기 위한 약제시험. 주로 약 복용 뒤 혈액검사를 통해 신체반응을 살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10여개 위탁업체가 주로 맡고 있다. 대학병원과 약대도 제약업체의 의뢰가 있으면 시험을 실시한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경우 2004년 48건에 불과하던 시험건수가 지난해 100건을 넘어섰다.
2008-03-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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