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대통령 옆방엔 총리,장관임기는 5년으로/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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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2-12 00:00
입력 2008-02-12 00:00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는 온전하게 성공한 이가 없다. 제일 괜찮다고 하는 이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정도다. 특히 희한한 것은 꽤 괜찮다고 생각되던 이들도 ‘그 놈의 청와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일단 이상해지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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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 공동상임대표 변호사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 공동상임대표
변호사
이유가 뭘까. 여기에서는 두 가지만 짚어 보겠다. 첫째는 대통령의 업무가 초인적으로 과중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으로서 그 권한이 입법권과 사법권을 제외한 모든 국정에 미친다. 연방대통령제 국가인 미국과 비교하면 연방대통령과 50개 주지사의 역할을 모두 떠맡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그 모든 일을 챙길려면 몸뚱아리 하나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살 길은 무엇인가. 그 업무를 분산시키는 것이다.‘통반장’ 다 하려고 하다가 ‘죽’을 쑬 것이 아니라 요인들이 일을 적정수준으로 나누어 떠맡는 것이다.

둘째로는 대통령집무처 안에 언로가 뚫린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경호상 안전은 지켜져야 하지만 ‘인의 장벽’이 쳐져서는 안된다. 그런데 실제는 어떠했는가. 그곳에 상근하는 이들을 보면 대체로 대통령과 사심없이 이야기할 만한 인물은 없고 죄다 ‘비서 나부랭이’들뿐이었다. 비서란 어떤 존재들인가. 우선 대통령과의 지위적 격차가 너무 커서 무조건 복종적일 가능성이 큰 인물들이다. 다음에 더 큰 자리 하나 얻어 나가기 위해 잘 보이려 비위 맞추고 충성 경쟁하기 쉬운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나. 다른 것이 없다. 청와대 안에 비서 아닌 경륜있고 사심없는 인물도 몇몇 포진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이 소리, 저 소리를 거리낌없이 듣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두 가지만 제안하겠다. 첫째, 청와대 대통령 옆방에 국무총리를 들여 앉히라는 것이다. 총리는 어떤 직책인가.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에 관한 한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자리다(헌법 86조 2항). 총리의 가장 큰 임무는 대통령의 보좌업무인 것이다. 또 뒷부분에 나오는 행정 각부 통할업무도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명을 받아 하는 것이지 따로 떨어져 나와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착안점이 있다. 국가의 대소사를 논함에 있어서 맨먼저 논의해야 할 상대가 누구인가.‘비서 나부랭이’들인가. 총리인가. 총리쯤 되어야 허심탄회하게 쓴 소리, 단 소리를 모두 다 터놓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또 한가지. 국무총리는 대통령 유고시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되어 있다(헌법 71조). 따라서 그 승계예정자는 마땅히 인근에 위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 백악관에 대통령과 부통령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둘째, 행정 각부의 일은 장관들에게 몽땅 맡기라는 것이다. 그동안 이 나라에는 장관 위에 비서가 있고, 그 ‘비서 나부랭이’들이 장관들을 쥐고 흔들었다. 그래선 안된다. 행정은 어디까지나 장관 책임 아래 완전히 맡길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통반장’‘원맨쇼’를 면하고 그 분야의 ‘대통령 같은 장관’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장관은 5년짜리여야 한다. 도대체 이 나라는 장관들이 조금 알 만하면 파리 목숨처럼 갈아치우곤 했다. 장관, 그 까짓게 무엇이라고 장관하려고 줄을 서곤 했다.‘섀도 캐비닛’처럼 준비된 장관들, 매니페스토정책공약을 지켜낼 수 있는 장관들,5년짜리 대통령 같은 장관들을 임명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하기를 권한다.



대통령은 총리와 장관을 잘 쓰고 가까이 해야 성공한다. 대통령은 어떤 존재인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존재다. 지휘자는 직접 연주를 하지 않는다. 대신 전체가 연주를 잘 할 수 있도록 실력을 기르게 하고 격려하고 통솔하는 일을 한다. 대통령 자리는 그런 자리다.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2008-02-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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