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배 개인전 ‘스침’
황수정 기자
수정 2008-02-05 00:00
입력 2008-02-05 00:00
나고 자란 제주를 떠나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 화랑에 마련된 전시의 제목은 ‘스침’.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색감이 누그러져 전반적으로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다.“색의 편차를 줄여야 감(感)이 더 풍부히 살아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그러고 보면 마티에르의 힘도 한결 왕성해졌다.“자기가 자기를 표현하는 것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재료나 붓을 독특하고 다양하게 창안했다. 예컨대 돌하르방을 그릴 때는 아예 제주의 검은 돌가루를 빻아 채색해 썼다. 나무를 그릴 때는 잔솔가지를 붓 대신 동원했다. 그 어떤 재료나 기법으로도 살려낼 수 없는 고유의 질감은 바로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붓끝에 돌가루를 묻히면 석필(石筆)”이 되고,“바람에 휘청이는 솔가지를 꺾어 그리면 목필(木筆)”이 됐다. 신문지를 구겨 물감을 묻혀 가며 뭉텅뭉텅 찍어 그리기도 했다.
작가가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제주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풍요로워” 타향에서는 도무지 정을 붙이고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호사해 온 고향땅의 풍요로움을 아낌없이 나눠 준다.
작가는 더러 바닷바람을 쐬며 늦은 오수를 즐기기도 했을 것이다. 제주 집 마당에 무심히 누웠다가 문득 포착한 늦여름의 창공 풍광에는 여유와 서정이 넘실거린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 고개 숙인 해바라기, 마른 수숫대, 바나나 잎사귀가 나른한 바닷바람에 한곳으로 쏠려 나부끼는 그림(‘입추(立秋)’)에서는 작가의 말처럼 제주의 소리가 밀려오는 듯하다.
“화폭 위의 결을 최대한 성글게 만들어, 느낄 수 있는 촉각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는 관객과 자신도 ‘스침’의 관계라고 말했다. 그림에 풍경 말고는 일절 사람이 등장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그림을 그리는 내가 있고 그림을 보는 관객이 있으면 족하지 누가 더 필요하겠는가.” 전시는 26일까지 계속된다.(02)720-152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02-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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