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플레이볼] 통계기록과 희생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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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12-25 00:00
입력 2007-12-25 00:00
역사가 없는 민족은 사라진다. 역사가 없는 스포츠도 사라진다. 잠시 반짝일지는 모르지만.

야구는 두세 시간의 지루한 게임방식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치열함에서 아이스하키에 모자라고 박진감에서 축구에 떨어진다. 단지 하나 야구의 강점이라면 치밀한 기록에 있다. 기록이 중요한 점은 두 가지다. 구경꾼도 감히 감독의 작전에 시비를 걸 수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가 끝난 이후 언론이 보도하기에 쉽다는 사실이다. 야구는 이 장점 두 개로 수많은 경쟁 스포츠를 이겨낼 수 있었고 성공했다.

신문기사용으로 입맛에 맞는 야구의 장점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야구가 문제라기보다는 신문 자체가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가 변한 탓이다. 극한 스포츠와 영상 매체의 영향이다. 야구는 그나마 생존 가능성이 있다. 원래 격렬함보다는 팬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점으로 성장한 스포츠라서 그렇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희생번트다. 감독의 작전은 변하기 어렵다. 교과서적인 작전을 바꾸기에는 감독 스스로의 목숨을 걸어야 한다. 희생번트가 팀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경험적으로 증명되었지만 베이브 루스가 나타난 이후에는 달라졌다. 희생번트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감독들은 노아웃 1루에서 번트를 대지 않고 강공을 선택해 병살타가 나올 경우의 비난을 무서워했다. 그리고 모든 팬들도 그것을 교과서적인 작전으로 인정했다.

여기에 최초로 도전한 사람이 조지 린제이다. 캐나다군 대령 출신인 그는 2000경기 이상 메이저리그 라디오 중계를 들으면서 노아웃 1루와 원 아웃 2루의 득점을 모두 기록했다. 물론 다른 상황도 함께. 그의 기록에 따르면 노아웃 1루는 0.907점을 얻었다. 원 아웃 2루는 0.720점이었다. 이것은 더 적은 점수를 얻자고 번트를 대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처음에는 비야구전문가의 기괴한 이론으로 무시당했다.

하지만 1980년대 세이버메트릭스가 유행하면서 통계학자인 존 손과 피트 파머에 의해 이론적인 검증도 뒷받침되었다. 이 확률은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는 물론 같은 야구 규칙을 적용하는 고교 야구에서도 같다.

메이저리그가 번트가 적은 것이 공격적인 야구를 해서 팬들을 즐겁게 하려는 목적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기려면 스테로이드보다 더 치사한 짓도 한다. 번트가 적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기는 데 도움이 안 되니까.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cobb76@gmail.com

2007-12-2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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